해커들이 공개한 미군의 '북한 시나리오' 보니

중앙일보

입력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를 향한 격퇴전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 중부군사령부의 트위터와 유튜브 계정이 12일(현지시간) IS 조직원을 자처한 해커에게 해킹당했다. 이날 오후 중부군사령부의 트위터에는 ‘사이버 칼리프국’으로 자처한 해커가 올린 “미국 군인들이여, 우리가 오고 있다. 등 뒤를 조심하라”는 글이 올랐다. “우리는 너희의 네트워크와 개인 디바이스에 침입했으며 너희의 PC에 있다”며 “우리는 너희를 지켜보고 있다”는 주장도 게시됐다.

트위터에는 이슬람 조직원 사진까지 올랐다. 특히 해커들은 중부군사령부 트위터 계정에 ‘중국 시나리오’, ‘북한 시나리오’와 퇴직 장성들의 주소ㆍ전화번호 등 연락처, 미군 장교 명단 등을 올려 미 국무부에서 기밀 자료를 빼냈다고 주장했다. 중국 시나리오에는 중국군 배치도로 보이는 지도가 담겼다. 북한 시나리오에는 북한 미사일 배치도, 병력 배치도, 주요 핵시설 배치도 등의 지도 4장이 포함됐다.

이날 중부사령부의 유튜브 계정도 해커가 뚫고 들어가 ‘전쟁의 불꽃’, ‘진실의 병사들이여 전진하라’ 등의 IS를 선전하는 동영상 2건을 올렸다. 미 국방부는 이 같은 사실이 공개되자 해당 트위터와 유튜브 계정을 폐쇄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이번 사건을 조사 중”이라면서도 “대규모의 정보 유출과 트위터 계정이 해킹 당하는 것과는 크게 다르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도 “트위터·유튜브 계정이 침입 당하기는 했지만 미 국방부 네트워크 자체가 뚫린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미 당국은 해커들이 트위터와 유튜브에 공개한 이른바 기밀 자료에 대해서도 평가절하했다. 이들 자료들은 대부분 싱크탱크 등이 공개한 내용들로 기밀 자료는 아니라는 취지다. 이와 관련 중국군 배치도로 보이는 ‘중국 시나리오’는 MIT 대학의 한 연구소에서 공개한 프리젠테이션 자료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그러나 퇴역 군 장성들의 연락처 등이 공개되는 등 IS 등 극단 세력들이 미 정부를 상대로 사이버 공격을 노골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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