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20%, 과거 10% 보고 미래 가치에 70% 투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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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지수에 민감한 대형주보다 중소형주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높은 수익을 거뒀습니다.”

 제로인 평가 지난해 펀드수익률 16.8%로 1위를 기록한 현대인베스트먼트 김석중(57·사진) 대표의 일성이다. 평가를 받은 전체 자산운용사의 평균인 -5.35%보다 22%포인트 높은 성적을 올렸다.

 현대인베스트먼트는 2만5000원 미만 주식을 집중 투자하는 로우프라이스증권자투자신탁1호(주식) 상품을 앞세웠다. 해당 상품의 A1 유형은 24.2% 수익률을 올렸다. 그는 “지난해 삼성전자가 실적 부진에 빠지고, 현대자동차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는 등 대형주 악재가 이어졌다”며 “그래서 시장 상황이 우리가 투자한 중소형주에 유리하게 간 측면이 있다”는 겸손한 반응도 보였다.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굿모닝신한증권 부사장, 피닉스자산운용 대표를 거친 베테랑 증권맨인 김 대표는 “채권 혼합용 로우프라이스 상품을 준비하고 있는데 다시 한번 시장에서 좋은 수익률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 중소형주를 어떻게 골랐나.

 “보통 시장에서 말하는 가치주냐 성장주냐를 이분법적 나누지 않고, 하이브리드형(혼합형)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지난해 6월 4만5000원대에 매입해 10월 19만원대에 판 컴투스는 모바일 게임업체로 대표적인 성장주다. 지난해 1월 1만2000~1만3000원대에 산 가구기업 현대리바트는 전통적인 가치주로 현대백화점에 인수돼 체질이 개선됐다고 봤다. 일부 이익을 실현하고 보유중인데 12일 종가 기준으로 3만5400원이다.”

 - 대형주(시가총액 1∼100위)는 아예 투자하지 않는가.

 “포트폴리오의 70%는 중소형주에 투자한다. 다만 시장이 대형주 위주로 흐를 때 남은 30% 범위에서 헤징(손실 줄이기)을 한다. 지난해 한국전력을 포트폴리오에 넣은 적 있는데 초과 수익을 노리기보다는 헤징 차원이었다.”

- 기업의 미래·현재·과거 가치 중 어떤 것이 중요한가.

 “미래 가치에 70%의 비중을 부여한다. 현재(20%)와 과거(10%)도 고려한다. 다들 성장주가 무엇인가 많이 묻는다. 기업이 성장 초기에 의사 결정을 얼마나 합리적으로 했는지 중점적으로 살펴본다.”

 - 해외운용사보다 국내운용사가 지난해 선전했다.

 “그 전해에는 해외운용사가 잘했다. 자산운용업계에서 2년 연속 잘하기가 그만큼 힘들다. 해외운용사는 대형주 위주로 장기 포트폴리오를 짜다 보니 지난해 수익이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코스피 지수는 박스권에서 움직였지만 개별 종목의 편차는 컸다. 현대차가 한전 부지 인수 뒤 급락했고, 현대중공업은 어닝쇼크로 많이 빠졌다.”

 - 저금리시대에 어떤 펀드를 선택해야 하는가.

 “규모보다 사람이 중요하다. 운용 인력의 과거 경력과 성적을 꼭 확인해야 한다. 펀드 규모는 작지만 운용 초기 성과가 좋은 곳을 택해야 한다. 우리의 대표 상품인 로우프라이스 펀드는 2011년 4월 판매를 시작했지만 처음엔 은행에서 취급하지 않을 정도로 작았다. 그러나 운용 성과가 알려지자 입소문을 탔다. 지난해 7월 NH농협은행에서 팔면서 설정액도 크게 늘었다.”

 -새해 코스피가 1900선이 깨지는 등 주춤한 편이다.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박스권에서 코스피가 변동할 것으로 보인다. 1900선은 유가 급락과 같은 외부 충격 때문에 깨진 것이다. 특히 기관들이 연초에 자금 집행을 하지 않은 측면도 있다. 올해 코스피는 1880~2100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 올해 투자 전략은 무엇인가.

 “3D를 키워드로 삼겠다. Debt(부채), Deleverage(차입 축소), Deflation(디플레이션)을 뜻한다. 디플레이션이 진짜 다가올지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인플레가 아닌 디플레를 걱정한다는 자체가 한국 경제의 구조가 바뀌고 있다는 증거다. 업종으로는 게임·미디어콘텐트·핀테크·반도체 분야를 눈여겨보겠다.”

  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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