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 롯데홀딩스 이사직도 잃어 … 후계구도 탈락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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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93)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남 신동주(61) 부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에서 해임됐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한국과 일본의 롯데를 모두 지배하는 지주회사 격이다. 신 부회장이 최근 보름 새 일본 그룹 내 임원직에서 모두 물러남으로써 사실상 후계구도에서 밀려났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롯데홀딩스는 지난 8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신 부회장을 이사직에서 해임하는 내용을 승인했다고 9일 밝혔다. 신 부회장은 이미 지난해 12월 26일 열린 임시이사회에서 일본 롯데그룹의 주력 자회사인 롯데상사 부회장 겸 사장, 제과회사인 롯데의 부회장, 아이스크림 회사인 롯데아이스의 이사에서 해임된 바 있다. 신 부회장은 그룹 내 이사에서 모두 물러나 달리 유지하는 자리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부회장의 해임이 알려진 이날 신동빈(60) 롯데그룹 회장은 일부 취재진의 질문에 “(형님의) 해임은 지난해 말 결정됐고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답했다. 또 부친은 건강하며 자신의 일본 롯데그룹 경영 참여 여부에 대해서는 모르겠다고 했다.

 신 총괄회장은 자신이 세상을 떠나면 경영권을 놓고 형제간 다툼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일본 롯데는 장남에게, 한국 롯데는 차남인 신 회장이 맡게 했다는 게 정설이다. 그러나 장남에 비해 외향적인 차남에게 롯데그룹의 전권을 물려주려는 속내를 조금씩 비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일본 프로야구 구단인 지바 롯데 마린스 구단주가 한국의 신동빈 회장이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는 27.6%의 지분을 갖고 있는 ‘광윤사’다. 1967년 설립한 일본 내 포장재 관련 회사로 등기부상 종업원 수는 3명에 불과하다. 광윤사의 최대주주인 신 총괄회장이 이 회사 지분을 신동빈 회장에게 물려주면 언제든 롯데그룹의 경영권이 넘어갈 수 있다. 롯데홀딩스가 한국의 호텔롯데 지분 19%를 가지고 있고, 호텔롯데는 한국 롯데 순환출자의 최정점에 있기 때문이다.

 일본 롯데그룹은 신 부회장의 해임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일본의 재계 인사는 해임 이유에 대해 “신동주 부회장의 건강에 이상이 있거나 신 부회장이 아버지 몰래 한국 지분을 사 모으다 들켜서 노여움을 산 경우 외에 다른 이유를 생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실제 신 부회장은 2013년 8월부터 1년 동안 롯데제과 지분을 꾸준히 사들이면서 신동빈 회장(5.34%)보다 1.38%포인트 적은 3.96%로 끌어올렸다. 롯데제과는 롯데칠성음료·롯데리아 같은 식음료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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