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코 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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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디스코 홀이 된서리를 맞게 됐다. 보도된대로 법이 개정되면 미성년자를 입장시킨 업주는 구속되고 3년이하의 징역까지 받을수 있다.
이같은 엄벌방침은 물론 대구의 한 디스코 홀에서 일어난 화재로 25명의 청소년이 때죽음한데 자극받은 것이다.
청소년 탈선의 온상으로 지탄받는 디스코 홀은 과연 어떤 곳인가. 디스코는 프랑스어의 디스코테크(dis-cotheque)에서 나왔다.
디스코테크는 디스크(disc 또는 disk)로 불리는 레코드판 수집실을 뜻한다.
70년대 중반 파리와 미국 유명도시 등에선 fp코드판을 틀어놓고여기에 맞춰 춤을 추는 무도장이 성행하기 시작했다. 밴드를 고용, 생음악을 연주하는 것보다 비용이 덜 들어 자연히 서민과 청소년이 즐겨 모이게 됐다.
요즘 밴드를 불러 놓고 춤주는곳을 「디스코 홀」 이라고 하는 것은 원래 의미와는 거리가 멀다.
디스코테크에선 처음 로크음악이나 고고춤을 추었으나 곧 좀더 분위기에 맞는 디스코음악이탄생했다. 격렬한 리듬이 기본이다.
디스코음악과 디스코테크는 삽시간에 세계를 휩쓸었다. 소련은물론이고 심지어 중공땅에까지 상륙. 지금까지도 디스코는 로크와참깨 팝 뮤직의 큰 조류를 이루고 있다.
디스코춤은 또 청소년의 전용물이 아니다. 백악관 파티에서도추고 「로스트로포비치」같은 교향악 지휘자도 춘다. 대중음악의총아가 바로 디스코다.
이런 디스코와디스코데크가 한국에선 문제가 된다.서양 사교댄스가 문제되듯이 대체로 한국인에겐 서양춤을 소화할 바탕이없다. 특히 디스코춤은 인물의 본능적인 동작을 적나라하게 표출해 「선의 무의」를 즐기던 한국인을 당황하게 한다.
여기에 디스코테크의 분위기도문제다.컴컴한 속에서 번쩍이는이른바 사이키델릭 조명,귀청을찢는듯한 요란한 음악은 사람들의 얼을 빼기에 족하다. 자연히거부반응도 나올 수 밖에.
그러나 디스코테크만 규제한다고만사가 해결될까. TV에선 더 요란한 동작도 비춘다.소풍간 학생들이 디스코 춤을추는 경우도많다.
대체로 우리 청소년들에겐 하라는 일보다 하지 말라는 일이 많다.전자오탁실이나 디스코테크가모두 청소년퇴폐의 온상으로 점찍혀 있다.
어른들의 걱정도 이해는 간다. 청소년들이 외국의 대중문화를 소화못하는 사정도 안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탈출구는 있어야 되지않을까. 디스코춤과 음악을 매도만 하기에 앞서 디스코테크를 건전한 오락장으로 만들 수는 없을까도 생각해 볼만하다. 우리 청소년들에겐 「규제」만 있고 「놀이」가 없는 현실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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