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과 시비 붙은 하승진 가장 낮은 징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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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프로농구 경기 도중 여성 팬과 승강이를 벌인 프로농구 KCC 하승진(30·2m21cm·사진)이 견책 징계를 받았다.

 프로농구연맹(KBL·총재 김영기)은 6일 서울 논현동 KBL센터에서 재정위원회를 열고 하승진에게 견책을 부과하기로 했다. 견책은 KBL 징계 중 가장 낮은 단계다. 벌금과 출전정지 등 제재가 없는, 경고 수준으로 보면 된다. KBL 징계는 견책→출전정지→자격정지→제명 순으로 강도가 높다. 국내 프로농구에서 선수가 관중과 승강이를 벌이다 징계를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하승진은 지난 1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삼성전 4쿼터 3분경 리오 라이온스(28·삼성)의 팔꿈치에 맞아 코뼈가 부러졌다. 응급치료를 받고 라커룸으로 걸어가는 하승진을 향해 삼성의 한 여성 팬이 “다리라도 부러진 줄 알았네. 엄살 피우지 말라”는 야유를 보냈다. 분노한 하승진은 관중석으로 돌진하려다 진행요원들의 저지를 받았다.

 종아리를 다친 뒤 3주 만의 복귀전에서 코뼈 골절을 당한 하승진은 라커룸 밖에까지 들릴 만큼 대성통곡했다. 여론은 여성 팬의 잘못을 지적하는 쪽이었다. 하지만 프로 선수인 하승진이 팬에게 감정적으로 대응한 건 잘못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KBL은 현장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하고, 외국과 타 프로 스포츠 사례를 검토했다. KBL 관계자는 “하승진이 프로로서 성숙하지 못한 행동을 한 것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우고, 재발하지 않도록 징계를 내렸다”며 “선수가 큰 부상을 당한 상황을 고려해 견책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당시 하승진과 팬 사이에 물리적 충돌은 없었고, 선수 본인도 깊이 반성하고 있다.

 선수 면전에서 언어폭력을 가한 팬에게도 징계를 내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팬에게 징계가 내려지지는 않았다. KBL 관계자는 “KBL과 구단, 팬이 협조해 올바른 관전 문화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시즌 후로 수술을 미루고 코뼈 교정 시술을 받은 하승진은 3~4주 후 코트로 돌아온다.

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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