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江南通新 사용설명서] 새로운 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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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뜻밖의 곳에서 江南通新과 마주칩니다. 때론 『이케아 세대』 같은 단행본 속에서, 심지어 중앙일보와 전혀 색채가 다른 한겨레의 신문지면(자체 열린편집위원회 지상중계)에서도 江南通新이 툭 튀어나옵니다. 江南通新지면에 대한 호불호는 독자마다 갈릴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2년이 채 안되는 짧은 기간에 이만큼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이 江南通新을 인용하며 관심을 기울인다는 건, 독자와 소통하는 좋은 지면을 만들어보겠다고 우리 팀 모두 정말 열심히 노력한 결과라고 믿고 싶습니다.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리던 2012년 12월, ‘새로운 신문을 만들라’는 회사의 명을 받고 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처음 한 달은 지금 江南通新 디자인팀이 앉아 있는 중앙일보 편집국 9층 구석방에 혼자 앉아 어떤 신문을 만들어야할지 고민만 거듭했습니다. 그렇게 2013년 2월 첫 호를 내고, 두 번의 겨울을 더 보내는 동안 힘든 순간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주 江南通新엔 또 어떤 기사가 나올까, 그렇게 기대하며 수요일을 기다린다는 많은 독자 여러분 생각에 무사히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한 번도 직접 본 적은 없지만 독자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자꾸만 나태해지려는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던 거죠. 기회 있을 때마다 “江南通新은 독자와 함께 만든 지면”이라고 했던 데는 이런 이유도 있습니다.

 2015년 신년호인 이번 江南通新은 지난해에 이어 사진집 형식으로 만들었습니다. 새벽 경매시장과 호텔 주방 등 분주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장면을 담았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새 출발을 하는 얼굴로 꾸몄습니다. 새해둥이부터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삼둥이, 군 입대를 앞둔 청년, 인생 2막을 시작하는 시니어까지…. 비록 특정인의 얼굴이기는 하나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모든 독자 여러분의 얼굴을 떠올리며 만들었다는 얘기를 꼭 전하고 싶습니다.

 탄생·입학·출근·재취업…. 이렇게 다들 새 출발을 얘기하는 이때에 저는 독자 여러분에게 떠나는 인사를 드리려 합니다. 새해부터 중앙일보 일요판인 중앙SUNDAY 기획에디터로 자리를 옮기게 됐습니다.

 한국의 종합 일간지가 한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고급 지역밀착 정보를 내세운 섹션이 지금의 모습으로 자리를 잡기까지 江南通新은 많은 변화를 시도해왔습니다. 먼 남의 얘기가 아니라 가까운 내 주변 얘기를 고급스럽고 깊이있게 표현하기 위한 다양한 실험이었죠. 제가 떠나도 그 실험은 계속될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과 함께했던 지난 2년, 정말 행복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중앙SUNDAY기획에디터=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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