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포프가 본 세계」-영 국제문제분석가 「니컬러스·워프쇼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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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내문제는 나라안에서 시작된다. 경제사정이 엉망이기 때문이다.
서방측은 우리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군사비지출을 줄이는 정책을 썼으면 하고 바라는 모양이지만, 우린 그렇게 순진하지는 않다.
어쨌거나 경제문제는 해결돼야한다. 그러려면 몇가지 변혁이 필요하다.
1956년 헝가리가 사회주의의 정도에서 벗어나려했을 때 나는 그곳 주재대사였다. 헝가리사태가 폭발했다가 평정된 후에도 그들은 꾸준히 경제적 실험을 계속해왔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개인에게 인센티브를 주는등 자본주의 경제의 요소들을 빌어왔다. 나는 본국에 돌아온뒤에도 이들의 실험을 줄곧 지켜보면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 소련도 헝가리경제를 본떠야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적지않다. 그게 말처럼 쉬웠으면 얼마나 좋을까.경제정책을 세우는 실무자들에게 보다큰 재량권을 주게되면 틀림없이 우리 산업체제의 곳곳에 숨어있는 문제점들을 끄집어낼 것이고, 그러면 현재의 비능률적 체제속에 안주하고있는 지방당관료와 공장관리자들의 불만과 저항이 커질 것이다.
아뭏든 능률을 높이기 위해선 물가인상과 유휴노동력의 철저한 활용이 필수적이다. 근무태만·부패·음주등 갖가지 사회악은 근절돼야한다. 그러기 위해선 소련국민들은 보다 엄격한 통제를 감수해야 할것이다.
바깥으로 눈을 돌릴 때 가장 큰 걱정거리는 동구에 대한 지배권의 약화가능성이다.
▲폴란드=최악의 골칫거리. 계엄령이 부분적으로나마 해제된 이제 파괴적인 사회불안이 다시 야기되지 않기를 바랄 따름이다.
폴란드인들은 소련이 서방과의 유사시 독일전선으로 군대를 수송하는 길목에 있는 그들의 나라가 어쩔 수 없이 우리의 가깝고 영구적인 맹방으로 남아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한다.
▲동독=지정학적 숙명 때문에 겪는 고초는 폴란드보다도 독일이 훨씬 더하다. 우리 소련국민들은 2차대전때 독일과의 싸움에서 입은 막대한 인명피해를 결코 잊지못할것이다. 그 댓가의 하나로 이 나라는 언제까지나 분단된채 남아있을 것이다.
독일민주공화국(동독)은 근면하고 경제상태도 양호한 모범적 사회주의 국가다. 하지만 이웃 서독의 영향력은 조심해야한다. 서독은 방송등 갖가지 수단으로 동독국민들의 소비성향을 조장하고 소련의 권위를 잠식하려들고 있다.
▲헝가리=이 나라에 나는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외교문제에서 우리 노선을 충실히 따르는데 대한 보상으로 독자적인 경제정책을 허용하고있다. 하지만 다른 나라들이 너도나도 헝가리의 선례를 따르려한다면 곤란하다.
헝가리같이 경제와 정치의 이원체제를 균형있게 유지하기란 쉽지않기 때문이다.
▲불가리아=우리 입장에선 이 나라엔 아무 걱정도 없다. 바르샤바동맹의 충실한 일원이며 경제정책도 보수적이다. 한가지 흠이라면 우리원조를 계속 받아야한다는 점도.
▲루마니아=경제사정이 괜찮다. 우리의 원조가 필요없었던 동안 루마니아는 외교정책면에서 동구권의 반항아 노릇을 해왔다. 소련군의 주둔을 거부하는가하면, 아프가니스탄을 놓고 우리를 비난하기까지했다. 하지만 이제 경제사정이 나빠지고있는만큼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할지도 모른다. 그때가 되면 그들의 외교정책을 좀 따져볼 작정이다.
▲체코슬로바키아=이젠 완전히 믿을만한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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