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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배우에게 2억을" 유언 남긴 디킨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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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디킨스(左), 처칠(右)

“저렴하고 수수하며 철저히 비공개로 장례식을 치러 달라. 장례용 마차는 절대 3대 이상은 안 된다. 내 장례식에 참석한 이는 스카프·망토·나비넥타이를 하는 등 혐오스럽고 우스꽝스러운 차림을 해선 안 된다.”

 당대에도 전례 없는 인기를 누렸던 영국의 소설가 찰스 디킨스가 숨지기 1년 여 전인 1869년 5월에 직접 쓴 유서의 내용이다. 장례식은 성대했고 영국을 대표하는 이들이 묻히는 웨스트민스터사원에 영면했다.

 디킨스는 염문설이 돌던 젊은 여배우에게 1000파운드(현재 10만 파운드 상당·1억7000만원)을 주라고 했다. 두 아들과 처제에게 8000파운드씩을 남긴 것에 비하면 적지 않은 금액이다.

 영국 법원이 1858년 이후 유서를 온라인으로 검색할 수 있게 한 덕분에 일반인도 손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 정보다. 10파운드만 내면 관련 문서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모두 4100만 명 분량이다. 지난해 영국 군인 26만 명의 유서나 증언을 공개한 데 이은 확장판이다.

 여기엔 유명인들이 다수 포함됐다. 윈스턴 처칠은 유산으로 30만 파운드를 남겼는데 현재 91억 원쯤 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암호를 푸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으나 동성애 탓에 화학적 거세 형을 받았던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은 자살하면서 자신의 물품을 어머니와 동료들에게 배분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동물농장』의 조지 오웰은 자신의 저작물을 모두 보존해달라고 요청한 반면 세계적인 경제학자인 존 메이나드 케인스는 미발표 작은 모두 파기하라고 했다. 영국 언론은 “19세기와 20세기 사람들의 삶에 대한 통찰을 할 수 있게 해준다”고 평가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영국, 4100만명 유언 인터넷 공개
처칠, 조지 오웰 등 유명인도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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