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채 3백60억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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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제2차 오일쇼크 이후 국제금융위기가 고조되어 온 것은 주로 개도국의 외채상환 불능에 기인하고 있다.
계속된 경기침체로 주요채무국의 국제수지가 악화되어 채무상환연기나 채무상환 불이행이·속출, 구제금융의 소리가 높다.
이런 추세 속에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82년도 개도국의 외상조사」란 자료를 통해 한국을 브라질, 멕시코, 아르헨티나와 함께 채무불이행을 할「가능성이 있는 나라」로 지적했다는 외지보도가 나와 충격을 주었다.
뒤이어 이 보도가 사실과 다르며 한국을 외채위기 국으로 분류한바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음은 다행한 일이다.
외지보도가 사실무근이었다 해도 한때나마 우리의 대외신인 도에 악영향을 끼친 점을 고려하면 결코 묵과할 수 없다.
우리는 이 기회에 한국의 외채현황과 전망, 외채상환 능력을 객관적 평가를 기초로 해서 명확히 해둘 필요를 느낀다.
82년 중 외채상환불이행에 빠진 개도국은 폴란드, 루마니아, 쿠바, 아르헨티나, 멕시코, 브라질 등이다.
개도국에 외채위기가 밀어닥친 원인은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원자재를 수출하는 개도국의 수출이 부진했고 석유소비의 감퇴로 산유국의 오일머니 수입이 줄어들어 자금순환 경로가 바뀌었으며 미국의 고금리로 이자부담이 늘어난 것 등에 있다.
한국은 국제고금리의 영향만 받았을 뿐, 원자재수출도, 오일머니의 순환에도 해당되지 않은, 국제수지 내용상 채무불이행에까지 이를 구조적 취약점은 갖고 있지 않다.
OECD가 82년 한국의 대외채무를 3백80억 달러라고 했으나 실제로는 3백60억 달러라는 오차는 논외로 치고라도 이 외채규모가 과연 한국경제를 위기에 몰아넣을 만큼 과다한 것인가를 분석해 보기로 한다.
작년에 유러머니지가 집계한 주요개도국의 금융차입 및 상환능력조사에 따르면 81년 말 한국의 금융차입 총액은 1백99억 달러로 멕시코, 브라질, 베네주엘라, 아르헨티나에 이어 4위에 위치하고있다.
그런데 외채상환능력을 표시하는「데트·서비스·레이시오」(dete service ratio=중장기 외채원리금 상환비율=중장기원리금 상환액·=상품·서비스수출)는 16%로 일반적으로 위험 선이라는 20%이상에 미달할 뿐만 아니라 상위채무 10개국 중 두 번째로 낮은 수준에 있다.
국제결제은행이 작년 중에 발표한 주요 외채상환 위험개도국 리스트에도 한국은 포함되지 않고 있다.
과거에 외채상환불능을 한번도 일으키지 않은 한국의 외채부담능력을 과소 계정해서는 안 된다.
82년 말 현재 외채금액 3백60억 달러를 갚는 우리의 중장기외채원리금 상환비율은 14·8%로 안심할 수 있는 상태다.
우리는 86년에 끝나는 5차5개년 계획기간 동안 4백65억 달러의 외채를 도입하여 86년의 외채잔액은 6백45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
이 기간 중 계속적인 경제성장과 국제수지개선, 국내저축률의 제고로 외채상환비율은 11·1%로 크게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있다.
그 위에 86년에는 해외저축률을 0%로 만들고 국내저축률을 30·5%로 높여서 외자의존도를 없앨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의 잠재성장력은 앞으로 안정과 성장의 조화, 과감한 기술투자로 점차 증대할 것이 틀림없다.
한일정상회담을 계기로 일본이 대한경제협력을 적극화하는 것도 한국경제의 실상을 올바로 인식한 결과가 아닌가.
한나라의 국민경제를 평가할 때는 국부적인 수치가 아니라 전체적인 경제동향 내지는 잠재성장력을 놓고 하는 것이 정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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