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사람들' 당·청 10인이 본 대통령 선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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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회 문건’의 주요 등장인물이 모두 검찰 조사를 받았다. 문건 유출과 내용의 진위 확인으로 나뉘어 진행되는 검찰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때맞춰 정치권에선 수습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20일 가까이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한 비선실세 논란을 가라앉히려면 청와대와 내각의 인적 개편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사람들의 눈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쏠리고 있다. 어떤 선택을 할까. 새누리당과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과 가깝고 정보에 밝다는 10명에게 전망을 물었다.

 개편이 없을 거라는 전망은 박 대통령의 스타일에서 비롯된다. 박 대통령은 ‘국면전환용 개각’을 싫어한다. 올 초 신년기자회견에서 “정국 전환이나 분위기 쇄신을 위한 이벤트성 개각은 해선 안 된다”고 못박았을 정도다. 그럼에도 연초부터 ‘현오석(경제부총리) 경제팀’에 대한 경질론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박 대통령은 그러나 움직이지 않았다. 4월 세월호 사건이 터졌을 때도 버티다가 올 7월에야 경제팀 등 부분 개각을 했다.

 그래선지 청와대 인사들은 ‘인적 쇄신 카드’를 쉽게 안 꺼낼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다만 세월호 참사로 사의를 표했다가 유임된 정홍원 총리 등 문건 파문과 별개로 개각 요인이 있었던 만큼 그 정도 가능성만 열어놓았다. 비서관급의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정면돌파형이라 검찰 수사 결과에 문제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나 비서관 3인 등을 바꾸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행정관급 인사는 “소폭 개각은 내년 설쯤 이뤄지지 않을까 싶다”며 “비서관 3인이 국정을 농단한 게 드러나지 않으면 안 바꾸고 김 실장 도 본인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지 대통령이 ‘그만두라’고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 캠프에서 일했던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여당이나 언론에서 밀어붙인다고 개편을 할 분이 아니다”고 했다.

 청와대 바깥의 기류는 조금 다르다. 집권 3년 차인 내년에 할 일이 많다는 논리로 인적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대통령의 지지도가 집권 후 최저 수준인 40% 아래로 하락하는 적신호가 심상찮다고도 한다. 결국 인적 쇄신으로 출구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새누리당 쪽 기류가 그렇다.

 당 고위 관계자는 “여론이 너무 좋지 않다. 대통령이 인사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이 이번에 대응을 잘못하면 조기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이 올 수 있다”며 “비서관 3인은 아니어도 김 실장이 나가는 쪽으로 가닥을 잡지 않겠느냐”고 예측했다. 친박계 재선 의원은 “반드시 인사를 할 것”이라며 “평소 ‘국면전환용 인사는 안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지만 지금은 국면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북,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외교안보라인의 교체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공교롭게도 당 인사들은 인적 개편 불가피론을 펴면서도 그 대상은 비서관 3인이 아니라 김 실장이 될 것으로 지목하고 있다. 당·청 소통을 막아왔다는 불만이 담겨 있다.

 영남의 친박계 의원은 “김 실장과 비서관 3인 중 일부가 포함되는 인적 쇄신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하지만 다른 당 고위 관계자는 “ 소폭 개편 가능성은 있지만 대통령은 국면전환을 위해 사람을 바꾸는 스타일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신용호·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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