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중 마음 안 든다며 해고하고 콧구멍 넣었던 치즈로 피자 만들고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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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오너나 임직원의 잘못된 행동으로 기업 이미지가 나빠지면서 경영위기에 빠지는 경우는 미국 등 선진국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미국 인터넷서비스기업 아메리카온라인(AOL)의 최고경영자(CEO) 팀 암스트롱은 지난해 회사 컨퍼런스콜(전화 회의) 도중 마음에 들지 않는 임원 한 명을 즉석에서 해고해 물의를 일으켰다. 그는 수개월 뒤 또 다른 컨퍼런스콜에서도 직원 두 명을 “시끄러운 놈들”이라고 욕하며 은퇴혜택을 축소해 사내외에 파문을 일으켰다. 이 같은 내용은 이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일파만파로 번졌고, 결국 암스트롱은 해당 임직원과 소비자에게 공식 사과해야 했다.

 실리콘밸리의 광고플랫폼업체 라디움원의 CEO 거바크쉬 차할은 여자친구를 폭행한 사건이 드러나 결국 회사에서 쫓겨나기까지 했다. 차할은 이 건으로 검찰에 기소까지 당했음에도, 블로그에 “내 여자친구가 돈을 벌기 위해 피임도 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 성관계를 한 것이 발각돼 (폭력이) 시작된 것”이라고 변명을 남기는 바람에 사태를 한층 더 악화시켰다.

 직원의 무례한 행위가 기업 이미지를 흔드는 사례도 적지 않다. 글로벌 배송업체 페덱스도 2011년 12월 자사의 배송 직원이 고객의 컴퓨터 모니터를 담장 너머로 무성의하게 던지는 모습이 유튜브를 통해 확산돼 곤혹을 치러야 했다. 담장 너머로 던져진 모니터는 파손됐고, 이 같은 과정은 당시 방범용 카메라에 그대로 찍히면서 기록에 남았다. 화가 난 주인은 파일을 유투브에 올렸고, 이 영상은 사흘 만에 100만 명 이상이 지켜봤다. 결국 페덱스의 수석부사장이 동영상 사과문을 내면서 사태를 마무리해야 했다.

 2009년에는 도미노피자의 한 미국 체인점에서 직원이 콧구멍에 쑤셔넣은 치즈로 피자를 만드는 조리장면을 장난삼아 유투브에 올려 소동이 일어났다(사진). 유튜브 조회 수는 순식간에 수백만 건을 넘어섰고, 트위터에는 분노의 글이 줄을 이었다. 도미노피자는 이 사건이 있은 후 온라인 이슈가 발생할 때 담당 임직원이 해야 할 행동규칙을 담은 매뉴얼을 만들고, 자사와 관련한 온라인의 글을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까지 도입했다.

 홍보 및 컨설팅사 플랜제이의 서영준 대표는 “웬만한 것은 잘 드러나지 않았던 과거와 달리 요즘과 같은 모바일 인터넷, 소셜 미디어 세상에서는 계속된 비밀이 있을 수 없다”며 “투명경영, 윤리경영이 더 이상 단순 수사가 아닌 기업경영의 원칙으로 등장한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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