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소자교화위해 양서보내기 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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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피를 뽑는 정진으로 써모은 선서 1천점을 교도소재소자를 위한 「책보내기운동」의 답례용 선물로 내놓은 서울 선묵원장 윤성해스님(42)-.
『양서는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지만 특히 세상에서 가장 그늘진 곳의 하나인 교도소의 어둠을 밝히는데는 더없는 광명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단돈 1천원짜리 책한권이 금전으로 가늠할수 없을만큼 가치있는 사람을 만들수도 있으니까요.』
불교조계종 제주 천왕사주지(72∼80년)로 있을 때부터 교도소 재소자들과 인연을 맺어온 성해스님이 「교도소책보내기운동」을 결심한 것은 금년초 수원교도소 재소자 서예반 특강을 다녀와서 부터였다.
『기껏 신도들의 포시를 동원하는 중재자적 자세를 떨치고 자신의 능력으로 사회봉사를 해보겠다는 원력을 세우고보니 밑천이라고는 출가전 서당에서 익혀온 서예밖에 없더군요. 수원교도소를 다녀온 다음날부터 지난 11월말까지 전시회 작품을 참작하는 마음으로 밤낮 안가리고 7천점을 썼읍니다.』
그중 고르고 또 골라서 1천점을 선정, 재소자를 위한 책을 기증하는 사람들에게 답례하기로하고 15일 본격적인 교도소 책보내기운동에 나섰다.
책보내기운동의 목표는 내년 불탄일(음력 4월초파일)까지 우선 서울 구치소에 재소자용도서관을 세우겠다는겻-.
책은 서울 정능 자은사에 설치된 가칭 한국교도사업봉사원(914-0321)으로 일단 모아서 기증할 계획이다.
『불완전한 작품인 인간을 완전에 가깝게 만드는게 종교와 예술의 임무라고 믿습니다. 따라서 인간성을 찾는 예술활동이나 그늘진 인간성을 밝히는 성직의 사명이나 모두가 궤를 같이하는 헌신이지요.』
그는 그늘진 곳을 밝히려는 자신의 교도소 교화봉사를 인간성의 교정을 위해 피를 뽑는 예술활동이라고 생각하고 싶다고했다.
쉽게 전시회를 열어 작품을 판돈으로 책을 사서 보낼수 있는 길을 택하지않고 책값보다도 훨씬 비쌀 경우도 많을「도서기증-붓글씨답례」의 방법을 택한것도 바로 이같은 이유때문이라는 것-.
『흔히 승려들이 「중이 뭐 압니까」라는 식으로 자기도피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말 한심한 일입니다. 원래 중을 뜻하는 「승」자는 일찍된 사람이라는 뜻인데 일반이 다 아는것도 중이 모른데서야 될말입니까.』
성해스님은 사찰운영이나 자기수행에 급급한채 중생제도의 광명을 발하는 대승보살도에는아랑곳하지않는 한국불교의 현실풍토에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적어도 중은 만인의 모범이될 고행의 실전은 물론 정신과 행동이 동시에 갖추어진 수범을 보여줘야합니다. 오늘의 한국불교는 소위 3대보시라는 재,신,명포시를 실천에 옮겨 신도들의 재포시를 어둠을 밝히는 자비광명의 기름으로 쓰고 정법봉행의 신포시를 지키며 순교자적 자세의 명포시로 사회의 비리를 바로잡아 나가겠다는 의지를 새롭게 가다듬어야합니다.』
경남합천출생인 성해스님은 6세때부터 서당을 다니다 13세에 출가, 범어사에서 김일도스님을 은사로 득도한후 사문에 몸을 담아왔다.
그는 불교정화후 서울조계사중앙총림에서 『사집』을 공부하던중 한 대학교수를 만나 토론을 벌이다 자신의 사회지식이 빈약함을 느끼고 18세때 뒤늦게 서라벌고교에 입학, 서라벌예대까지 졸업한후 문경 봉암사선방에 새롭게 입방했고 전국제방을 두루 들며 참선수행에 정진했다.
『천왕사에 있을 때는 연2회(4월초파일·연말) 떡을 빚거나 감귤을 사가지고 제주교도소를 꼭 위문했읍니다. 교도소위문에서 가장 절실히 느낀것은 재소자 순화에는 좋은 책을 읽히는것 이상의 것이 없는데 도서상태가 너무나도 빈약하더군요.』
천왕사주지 재직때에는 「불우이옷돕기운동」도 활발히 전개, 가난으로 결혼식을 못올리는 15쌍의 신랑·신부를 모아 합동결혼식을 올려주고 5만여원씩 예금한 행복예금통장까지 마련해주기도 했다는것-.
그는 앞으로 「재소자서예지도법사단」을 구성, 전국교도소 재소자들의 순화를 위한 스님들의 무료서예지도를 실현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은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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