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로 논술 잡기] 3. 사설(칼럼)을 활용한 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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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제도가 독해와 논술 위주로 바뀌며 학교에서는 사설과 칼럼 읽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하지만 신문에 대한 이해 없이 사설이나 칼럼만 따로 떼어내 공부하며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이 많다. 이 경우 사설이나 칼럼이 어떤 특징이 있고 어떻게 작성되는지 몰라 내용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올바른 시각을 형성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신문과 사설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논술에 활용하는 방법을 배운다.

신문은 사실과 정보를 제공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신문에서 의견은 여러 형태로 제공된다. 대표적인 것이 사설과 칼럼이다.

사설은 기자의 사견이 아니라 신문사의 견해를 대표한다. 특정 사안에 관해 공적인 의견을 싣기 위해 편집국과 다른 조직인 논설위원실을 두고 작성하게 한다.

이에 비해 칼럼은 신문의 특정 기고란에 신문사의 내부 또는 외부 필진이 쓴 글이다. 신문에 실린 논설문이라는 데선 사설과 성격이 비슷하지만 차이점도 있다.

사설이 주로 객관적으로 검증된 시사적 사실을 담고 있다면 칼럼엔 주관이 담겨 있다. 그러나 칼럼도 신문을 통해 발표되므로 공적인 책임을 진다.

사설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관련 기사와 함께 읽는 것이 좋다. 사설 내용은 대부분 그날 비중 있게 다룬 기사 내용에 대한 신문사의 의견을 내놓은 것이다.

그런데 신문마다 견해가 다르므로 논지가 확연히 구별되는 두 가지 신문의 사설을 비교하며 공부하는 게 효과적이다.

사설은 비판적인 안목에서 보는 것이 좋다. 먼저 주제에 대한 비판적 읽기를 시도할 수 있다. 필자의 시각은 정당한지, 의견이 실현 가능한지 등이다. 논리의 비약이나 모순이 있는지, 논거는 타당한지도 살펴 볼 수 있다.

◆주제와 주제문 찾기=사설은 사회의 여러 문제에 대한 신문사의 견해와 주장을 알리는 글이어서 신문사의 견해와 주장이 바로 주제가 된다. 사설의 주제는 대체로 두괄식이나 미괄식, 또는 양괄식이기 때문에 글의 앞뒤에 나타난다. 그러나 사설은 제한된 분량에 사실과 의견을 담아야 하기 때문에 '서론-본론-결론'의 일반적 형태로 짜여진 경우가 드물다. 즉, 주제문이 산재된 사례가 많아 주제를 찾기가 그리 쉽지 않다.

그런데 사설은 제목이 함께 제시돼 주제를 찾는 데 도움이 된다. 논설문은 대개 주제나 제재 등을 제목으로 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목을 가리고 찾는 활동을 해야 한다.

주제문은 "~해야 한다" 등처럼 주어와 서술어로 이뤄진 한 문장으로 나타내되, 사설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뿐 아니라 주장의 근거까지 요약해 밝혀야 한다. 예컨대'만화영화는 어린이의 상상력을 길러주는 데 유익하므로 적극 권장해야 한다'등이다.

◆단락 나누기=단락은 글쓴이의 생각의 단위로, 일관성이 있는 여러 개의 문장을 하나로 묶은 것을 말한다. 하나의 중심생각에 묶일 수 있는 문장들의 집합체로 보면 된다.

단락은 들여쓰기로 구분되는 형식단락과 내용으로 구분되는 내용단락으로 나뉜다. 단락은 원칙적으로 형식과 내용이 일치해야 하는데, 내용단락의 길이는 글의 내용이 쉬우면 짧다.

하나의 단락은 일반적인 진술과 이를 뒷받침하는 문장으로 이뤄진다. 일반적 진술은 글 전체의 주제문과는 구별되는 소주제문이다. 한 단락 안에는 하나의 주제만 나와야 하고, 단락의 각 부분(여러 문장)은 논리적으로 연결돼야 한다. 또 한 단락은 하나의 주제문(화제문)과 뒷받침하는 문장으로 이뤄진다.

논설문 읽기를 시작할 경우 우선 편하게 형식단락별로 나눠 생각하는 게 좋다. 글을 읽는 수준이 어느 정도 나아지면 내용단락으로 나눌 줄 알아야 한다. 형식단락들을 묶어 내용단락을 구분하는 작업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럴 때는 우선 화제가 달라지는 곳에서 단락이 구분된다고 보면 된다.

◆논거 찾기=명제를 뒷받침해 주는 자료를 논거라 한다. 즉 필자가 논리적인 주장을 펼치기 위해 가져다 쓰는 증거물이다. 논거가 약한 글은 논리가 비약될 수밖에 없다.

사설 또한 논거가 생명이다. 논거는 사실논거와 소견논거(인용논거)가 있다. 사설에서는 사실논거가 주로 사용된다.

사실논거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사실로 추론의 근거가 되는데, 객관적이고 타당해야 하며, 진실성을 생명으로 한다. 예컨대 과학적으로 입증된 실험 결과, 자연법칙에 따른 사실,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사실, 널리 알려진 역사적 사실, 체험 등이 이에 해당된다.

신문의 경우 통계자료나 현재 일어난 사건, 보고서 내용, 실태조사서, 여론조사 결과 등이 모두 논거가 된다. 이 밖에 이유를 제시한 부분도 논거로 볼 수 있다.

소견논거는 제3자로부터 얻는 사실논거라고 할 수 있다. 즉, 다른 사람의 의견을 빌어 자기 주장의 근거로 삼는 것이다. 목격자나 경험자의 증언, 전문가 또는 권위자의 의견 등이 이에 해당된다. 따라서 소견논거는 사실논거보다 주관적 오류가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논거를 찾았다면 타당성을 검토해 봐야 한다.

◆논리적 오류 찾기=오류는 넓은 의미에서 잘못된 생각이나 믿음을 뜻하는 말이다. 그러나 좁은 의미로는 추론상의 잘못을 일컫는다. 즉 어떤 근거를 제시하며 주장할 때 범하게 되는 잘못을 오류라고 한다.

사설이 비교적 정제된 글이기는 하지만 오류가 발견될 수 있다. 사설에 나타나는 오류의 유형은 성급한 일반화가 주로 많고, 주술 관계, 논점 일탈, 문장 성분의 과다한 생략 등으로 일어난다. 수식어와 피수식어의 관계가 모호하거나 문장.단락의 논리가 흐트러진 경우, 문장 접속사의 쓰임이 바르지 못한 경우, 맞춤법에 어긋나거나 띄어쓰기가 잘못됐을 때도 오류가 일어날 수 있다. 사설은 또 객관적이어야 함에도 감정적으로 흐를 수 있다. 이런 점들을 발견하는 것이 오류를 찾아내는 활동이다.

이태종 NIE 전문기자.조종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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