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한 딸 굶겨죽인 30대 여성 징역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11년 9월 군인인 이모(36)씨와 결혼한 양모(33·여)씨는 1년이 지나도록 아이가 생기지 않자 입양을 하기로 했다.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아이를 키워줄 사람을 찾는다"는 미혼모 A(36)씨의 글을 발견한 양씨는 "아이를 키우고 싶다"며 연락했다. 양씨는 A씨가 낳은 딸을 자신이 낳은 아이인 것처럼 속이기로 했다. 양씨는 2012년 9월 아이를 낳기 위해 A씨가 산부인과에 입원하자 입원약정서에 A씨가 아닌 자신의 인적 사항을 써 냈다. 출생신고서도 자신의 아이로 허위로 작성했다. 그러면서 남편과 시댁엔 "잠시 아이를 위탁받아 키우는 것"이라고 얘기했다.

그러나 2013년 1월 초 양씨의 시부모가 입양 사실을 알게 됐다. 시부모와 갈등을 빚으면서 남편과의 사이도 소원해졌다. 홀로 도맡아 아이를 키우게 된 양씨는 2013년 5월경 인터넷 채팅을 통해 B씨를 알게 됐다. B씨를 만나는 동안 아이를 방치하기 시작했다. 저녁에 아기에게 분유를 먹여 재운 뒤 다음날 집에 들어오기도 했다.

양씨는 남편 이씨에게 이혼을 요구했다. 그러나 남편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않고 생활비 통장을 가져가자 B씨와 동거하기로 결심했다.

양씨는 남편이 군사교육으로 2개월 동안 집을 비운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2013년 7월 돌이 채 되지 않은 아이를 작은 방에 홀로 두고 집을 나왔다. 남편 이씨에게 가출 사실을 알리거나 다른 가족들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결국 홀로 남은 아이는 탈수와 굶주림으로 사망했다.

인천지법 형사14부(부장판사 심담)는 14일 유기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양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양씨에 대해 "생후 10개월에 불과한 피해자를 방치해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하는 등 죄질이 불량하다"며 "피고인이 평소에도 피해자의 양육을 소홀히 하였던 점 등을 고려해 엄히 처벌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피고인이 초범이고 남편이 지난 7월 고등군사법원에서 유기치사죄로 징역 3년의 확정판결을 받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