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뚱뚱한 사람에 훨씬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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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겨울을 뇌졸증의 계절이라고한다. 날씨가 차지면서 평소 혈압이 높던 사람이 회의도중에, 또는 화장실이나 세면장·복도에서 갑자기 쓰러지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이제 12월로 들어서면서 반갑지않은 뇌졸증의 계절을 다시 맞게됐다.
뇌졸증의 주범은 바로 고혈압이다. 고혈압이 동맥경화를 악화시키고 이것이 결국에는 뇌졸증을 일으키게 하는 것이다.
기온이 낮아지면 열을 뺏기지 않으려고 혈관이 수축되는데 혈류량에 변화가 없으려니 혈관의 압력, 즉 혈압이 올라갈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특히 이같은 고혈압등의 순환기질환이 가장 많이 발생하고 사망자수도 가장 많다.
혈액용 장기 구석구석까지 순환시키는 심장이나 혈관등에 생긴 병으로 숨지는 사람이 전체사망자의 35∼40%나 된다고 한다. 인구 10만명당 2백24명이 뇌졸증·고혈압등으로 사망한다는 계산이다.
지난달 27일 대한순환기 학회에서 한양대의대 순환기내과의 이정균(과장)·이방혜·신봉재박사팀은 최근 10년사이 이같은 순환기질환이 점차 증가하고있는 추세에 있다고 보고해 더욱 경각심을 일깨워 주고있다.
이박사팀은 이날 지난 72년부터 81년말까지 한양대 부속병원에 입원했던 환자를 분석한 『한국성인 순환기질환 환자의 통계적 관찰』을 발표했는데 이 보고에 의하면 전체 내과입원환자(3만9천4명)에 대한 순환기환자(7천2백71명)가 72년의 11·1%에서 76년에는 15·6%, 81년에는 22·8%로 10년사이에 2배나 늘어났다는 것이다.
병원전체환자(14만2천2백92명)에 대한 비율도 72년의 2·3%에서 81년에는 6·1%로 2·7배나 늘어났다. 전체적으로 내과환자가 늘어났고 그중에서도 순환기환자가 크게 늘고있다는 얘기가 된다.
순환기질환중에서도 으뜸을 차지하는 것은 고혈압. 순환기환자의 52·9%가 고혈압 환자들이었다. 그 다음이 관상동맥성 심장질환(허혈성 심장질환)으로 15·5%.
심장의 근육속에 뻗어있는 관상동맥의 경련으로 가슴 통증이 반복되는 협심증이나, 관상동맥의 혈액순환이 제대로 안돼 심장근육이 괴사하는 심근경색등이 관상동맥질환에 해당되는데 증가폭이 가장 큰 질환이다.
즉 72년에 전체 순환기 환자의 9·5%, 76년 13·7%, 81년에는 16·4%(평균 15·5%)로 10년사이 2배나 늘어났다.
이박사는 선진국에 많은 관상동맥질환이 우리나라에서도 크게 늘고있는 것은 식생활패턴의 변화로 인한 과다한 지방섭취, 스트레스증가와 상대적인 운동부족, 흡연인구의 증가등을 들고있다.
또 과거에는 고혈압이나 그 합병증인 뇌졸증·심근경색 등이 40대이후에 잘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이번 분석결과 최근들어 20∼30대에서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는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도시의 젊은층에서 이같은 경향이 두드러졌는데 혈압을 높여주는 환경적인 요소가 많이 작용하는 때문으로 풀이되고있다.
남녀별로는 고혈압의 경우 비슷한 수준이나 심근경색증은 2·4대1, 협심증은 1·5대1로 남자에게서 많았고 판막질환등의 류머티즘성 심장질환은 여자가 2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가톨릭의대 맹광호·박정일박사팀은 비만한 사람은 정상체중인 보다 고혈압 위험도가 평균 3·5배가 높다는 흥미있는 연구를 최근 발표했다.
박박사팀은 고혈압(1백60/95이상)인 도시직장 남성 2백45명과 비슷한 연령층의 정상혈압자 4백90명을 대상으로 혈압과 체중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던것.
즉 정상체중(㎏)<신장(㎝)×0.57-37>과 혈압을 측정. 비교한 결과 정상체중보다 20%초과하는 비만군에서는 정상군보다 5·1배, 10∼20% 초과 비만군에서는 2·4배나 고혈압 위험도가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뇌출혈·뇌경색·지주막하출혈등의 중풍을 예방하기위해서는 가장 큰 위험인자인 혈압을 조절하는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혈압조절은 적당한 운동과 식이요법, 그리고 체중관리를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저염식·저칼로리식·저콜레스테롤식·저당분식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다. 전문의들은 또한 고혈압환자나 그럴 소지가 농후한 사람은 ▲열탕과 냉탕욕 ▲과로한 운동 ▲철야작업 ▲부부싸움 ▲폭음과 흡연 ▲음주후 목욕등을 피하고 특히 겨울에는 따뜻한 방에서 갑자기 찬곳으로 나가거나, 갑자기 허리를 너무 굽히거나 화장실에서 힘을 세게 주거나, 화내지 않도록 주의해야한다고 충고한다.
꾸준한 식이실천과 적당한 휴식, 안정된 마음가짐이 고혈압으로 인한 불행을 막는 열쇠의 3대요소로 꼽힌다. <신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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