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민간부문 개혁하려면 공무원부터 모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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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정부가 공무원과 공공 부문 임직원들의 임금체계를 뜯어고치려는 이유는 명확하다. 정년 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을 민간 부문으로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공공 부문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민간 부문에는 호봉제를 없애고 성과와 생산성에 따른 임금체계(직무·역할급)와 임금피크제 도입을 종용하면서 공공 부문 직원들은 호봉제 그늘 아래서 정년 때까지 매년 임금이 오르는 체계를 유지하면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대신 정년을 65세로 연장해 공무원연금 개혁에 따른 공무원사회의 반발도 무마하겠다는 포석이다. 정년이 60세로 연장됐지만 악화되는 국민연금의 재정상황이나 수급연령(1969년 이후 출생자는 65세)을 고려할 때 민간 부문의 정년을 더 늘릴 필요성이 있다는 장기적인 포석도 깔려 있다.

 현재 공무원은 4급(서기관) 이상은 연봉제이고, 5급(사무관) 이하는 호봉제다. 정부는 현재 근속에 따라 매년 무조건 오르는 호봉제를 근속과 직무·성과를 병행하는 형태로 바꾸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올해 3월 고용노동부가 낸 ‘임금체계 개편 매뉴얼’의 내용과 유사하다.

이 매뉴얼에는 교육을 통한 숙련도가 상승하는 10년 안팎의 기간 동안은 호봉제 성격이 강한 숙련급을 적용하고, 이후에는 성과와 연동하는 직무역할급을 도입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일정 연령이 되면 임금피크제를 적용한다.

 정부는 성과형 임금체계에 임금피크제를 접목시켜 단계적으로 정년을 65세까지 연장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연금 지급시기도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65세로 늦춰진다. 현재 2010년 이후 임용자는 65세부터 연금을 받지만 1996~2009년에 임용된 사람은 60세부터 연금을 받고, 96년 이전 임용자는 나이와 관계없이 재직기간 20년만 넘기면 된다. 따라서 정년을 65세로 늘리면 연금 소득 공백기를 없애거나 줄일 수 있다. 생애 총액 임금은 조금 늘거나 현재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될 전망이다.

 공기업에도 이런 방안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다만 공공 부문에는 경영평가에 임금체계 개편 실적을 반영해 이른 시간 안에 민간 부문과 형평성을 맞추는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다. 정부는 특히 성과연봉제를 적용하는 고위직에 대해서도 무늬만 연봉제인 경우가 많다고 판단, 이를 실제 성과형으로 개편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공공기관에선 연봉제가 2010년 기준으로 85.5%에 이를 정도로 확산됐다”며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근속연수와 경력을 바탕으로 기본 연봉을 책정하는 식으로 사실상 연공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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