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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발전 모델에 매몰 … '공진국가'로 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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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박형준(54·사진) 국회 사무총장은 이명박 정부의 핵심인사였다. 정부·여당의 책사(策士)였던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기억하는 사람이 더 많지만, 그는 원래 운동권의 ‘글쟁이’였다. 가명으로 쓴 운동권 서적도 많다. 그래서 한나라당에 입당할 땐 “영혼을 팔았다”는 말을 들었다.

 그가 ‘공진(共進)국가’란 개념을 제안했다. 『한국사회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라는 저서에서다. 적자생존(適者生存)이 아닌, 경쟁을 통해 서로의 진화를 촉진시키는 공진화(共進化) 이론을 정치·사회적으로 확장시켰다.

 4일 국회에서 박 총장을 만났다. 그는 트레이드 마크인 뿔테안경을 고쳐쓰더니 “30여 년 학습과 현실정치 경험의 중간결론을 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가가 잘 되면 개인이 혜택을 볼 거란 개념은 끝났다. 개인의 시민권과 자아실현, 행복이 기준이 되는 합의의 국가경영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명박(MB) 정부는 발전국가 모델에 매몰됐다. 박근혜 정부 역시 그렇다”고 지적했다.

 - MB 정부를 공진국가로 보는 이는 적다.

 “‘낙수효과’(고소득층 등 선도부문의 성과가 연관산업을 통해 낙후부문에 유입되는 효과)의 한계와 공생이라는 고민이 있었다. 그러나 직전 10년 정권 때의 경기침체에 대한 반사이익으로 집권하면서 성장 제일주의에 매몰됐다. 이 때문에 대립과 반목이 반복됐다. ‘진보와 보수 장사’라는 이념 대결이 심화됐다. 한쪽 면만 부각시키는 좌·우파의 ‘정치 치어리더’는 사라져야 한다. 지금도 같은 일이 반복돼 안타깝다.”

 - 대선 때는 ‘경제민주화’가 시대정신이었다.

 “잘 잡은 이슈지만 선거 레토릭에 그쳤다. 한쪽은 ‘재벌 혼내기’로, 다른쪽은 ‘복지’로만 몰았다. 또 누리과정·무상보육 등 국가 시혜적 복지는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킨다. 잘못된 공약이다. 가난한 사람도 책임을 공유해야 한다. 부자에게 누진 책임을 주더라도 보편 증세를 통한 자선 사회가 돼야 한다.”

 박 총장은 국회사무처 명의로 ‘국회미래연구원’을 설립하는 법안을 냈다. 국가 정책을 중립지대에서 논의해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자는 구상이다. 그는 “핀란드는 미래위원회가 국회 상임위로 돼 있다”고 강조했다.

글=강태화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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