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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 명단 발표] 강수일은 누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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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다음은 정영재 스포츠데스크가 2008년 2월 2일자 중앙일보에 쓴 기사다. 인천 유나이티드에 입단해 괌에서 전지훈련 중인 강수일을 인터뷰했고, 당시 유행한 아디다스의 메시 광고를 패러디 해 기사를 썼다.

 내 이름은 강수일(姜修一), 내 얘기 한번 들어볼래. 난 올해 스물한 살이지만 이래봬도 서울 강씨 시조야. 미국인 아버지와 어머니 강순남 사이에 태어났는데, 호적 신고 때 동사무소에서 서울 강씨로 하라고 했다더군.

 난 어릴 때부터 싸움꾼이었어. 이유 없이 “깜둥이”라며 놀려대는 놈들이 미웠고, 뒤에서 수군대는 소리가 전부 내 욕을 하는 걸로 들려 주먹을 휘둘렀어. 아버지 피를 이어받아서인지 몸이 빨랐고 힘도 셌어. 초등 4학년 때 이웃 동두천초등학교에 나보다 싸움을 잘하는 애가 있다기에 혼내주려고 찾아갔어. 그런데 거기서 축구부 감독님을 만난 거야. 그래서 내 축구인생이 시작됐지.

 아버지 이름은 기억이 안 나. 그분은 빛 바랜 사진 속에 학사모를 쓰고 웃고 있어. 주한미군이었던 아버지는 나를 낳고 얼마 뒤에 미국으로 귀국하셨어. 그리고 어머니와 나를 불러들이려고 초청장과 비행기표를 보내셨대. 그런데 어머니가 비행기표를 찢어버렸다고 해. 왜 그러셨는지 난 모르지. 난 동두천중 때부터 공격수로 이름을 날렸어. 별명은 반칙왕. 날 깔보고 비웃는 상대를 향해 백태클을 날리고 주먹도 휘둘렀지. 동두천중·고 시절 날 지도해 주신 강한상 선생님이 달래고, 어르고, 때로 매질까지 하면서 못된 버릇을 고쳐주셨어. 지금은 누가 야유를 해도 웃어넘길 수 있지.

 어머니는 하나뿐인 자식을 위해 취로 사업에 노인 병수발까지 안 해본 게 없었어. 고교 때는 축구부 합숙소에서 밥을 해주고 생계를 꾸렸지. 내가 원주 상지대에 들어간 해 어머니는 허리가 아파 일을 할 수가 없게 됐어. 난 돈을 벌어야 했고, 1학년을 마친 뒤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테스트를 받게 됐어. 테스트는 3주간 계속됐는데 동두천에서 인천까지 매일 왔다 갔다 했어. 기차와 전철을 갈아타고 세 시간 걸려 인천에 도착한 뒤 빵 한 개로 점심을 때우거나 끼니를 굶고 운동을 했어.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는 너무 힘들어 신문지를 깔고 앉아 꾸벅꾸벅 졸았지.

 드디어 합격 통지를 받은 날, 난 어머니를 꼭 안아드리며 말했어. “엄마, 이제부터 내가 잘 모실게.” 첫해 연봉은 1200만원. 한 달에 100만원씩 나오는 돈을 전부 어머니 통장에 입금했어. (중략)

 우리나라에서 혼혈인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 같아. 피부색이 다르다는 게 왜 욕을 먹어야 하는 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 사람은 조금씩 다른 것 아닌가. 그 차이를 인정하는 게 올바른 게 아닌가 싶어.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축구대표팀 제주도 전지훈련 명단(28명) *는 첫 발탁

● 공격수 : *강수일·김승대(이상 포항) *이정협(상주) *이용재(나가사키) *황의조(성남)

● 미드필더 : *김민혁·김민우(이상 사간 도스) 한교원·*이주용·*이재성(이상 전북) 박종우(광저우 부리) 홍철·*김은선·*권창훈(이상 수원) *정우영(빗셀 고베) *김성준(세레소 오사카) 윤일록(서울)

● 수비수 : 차두리·김주영(이상 서울) *정동호(울산) 김창수(가시와) *임창우(대전) 장현수(광저우 부리) 김영권(광저우 헝다)

● 골키퍼 : 김진현(세레소 오사카) 김승규(울산) 정성룡(수원) 이범영(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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