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과거사 변화 없으면 한·중·일 FTA 공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김종훈 의원은 “현재로선 한·중·일 FTA를 논의하는 건 공허하다”고 말했다. [김형수 기자]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2년이 안 된 현재, 한·호주 자유무역협정(FTA)을 시작으로 한·캐나다, 한·중, 한·뉴질랜드까지 4건의 FTA가 체결됐다. 한·호주, 한·캐나다 FTA는 2일 국회에서 비준됐다. 이미 미국·EU 등과도 FTA를 체결하고 있는 한국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도 저울질하고 있다. ‘FTA 르네상스’라 할 만하다.

 새누리당 김종훈 의원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낼 때, ‘검투사’란 별명을 얻으며 FTA 협상의 최전선에 섰던 인물이다. FTA의 현주소와 관련, 김 의원은 3일 “일본·멕시코·브라질·러시아 정도를 제외하곤 통상에서 중요한 관계를 맺고 있는 대부분의 나라와 FTA를 맺었다”며 “통상 네트워크가 완성단계에 이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주목받는 한·중 FTA에 대해선 “개방 정도가 낮지만, 중국을 기회와 위기로 보는 시각이 혼재하는 상황에서 현실적인 타협”이라고 말했다.

 -한·중 FTA는 다소 급하게 체결됐다는 감이 있다.

 “10년이 지나도 우리 수출 품목의 65%만 관세가 없어진다. 20년 후에도 85% 정도인 저강도 FTA다. 특히 농산물 분야에서 관세 철폐 예외 품목을 30%대로 설정하는 등 양국이 치명적 이해가 걸린 부분은 거의 제외했다.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수준이었던 거다.”

 -성과를 내기 위해 서두른 건가.

 “중국 시장을 놓고 우리와 경쟁하는 미국·일본·유럽연합 등은 이 정도의 FTA도 못 했다. 중국이 FTA를 맺은 나라들도 대부분 개발도상국들이다. 남들보다 더 유리한 고지에서 공략할 수 있다.”

 -한·중 FTA때는 한·미 FTA 체결 당시와 같은 정치적 논란은 적었다.

 “중국과 달리 미국은 초강대국이자, 우리 역사에서 특별한 관계가 있어 국민이 다양한 형태의 의견을 나타냈다. 또, FTA에 대한 국민의 학습효과도 적잖다. 부지런히 손을 놀려서 부가가치를 내고, 내다 팔아야하는 경제 구조 속에 FTA가 이를 촉진한다는 데 국민이 공감을 하는 것 같다.”

 -FTA 체결을 넘어선 정부의 역할이 필요할 텐데.

 “최근 중국의 고급 백화점에 가니 서울우유나 연세우유가 4배가량 비싸게 팔리더라. 갖다 놓으면 없어진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중국 정부가 유통 기한을 아주 짧게 해 놓았다. 생산 후 중국에 보내고, 판매하는 데까지 2주 안에 다 끝내야 한다. 이런 비관세 장벽을 완화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다음 순서는 한·중·일 FTA가 되는 건가.

 “지리적으로도 워낙 가깝고, 기술발달로 거리감은 자꾸 좁혀지고 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하나의 거대한 시장이 될 거다. 문제는 일본이다. 아베 정권 출범 후 외교적으로 문제를 많이 일으키고 있다. 관계가 틀어지니 교역과 투자가 줄어든다. 일본이 과거사 인식에서 전환점을 만들지 않는 한 이런 걸 다 묻어놓고 ‘경제는 경제’라며 FTA를 맺자는 주장은 공허하다.”

글=권호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