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 하나로 이것저것 사니 … 블랙프라이데이서 62% 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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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현금과 카드를 밀어내고 3세대 결제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는 온라인 간편 결제는 ‘승자 독식’의 시장이다. 미국에선 페이팔, 중국에선 알리페이가 50% 안팎의 시장 점유율을 자랑한다. 페이팔 모회사인 이베이의 존 도나호 최고경영자(CEO)가 “어떤 결제 수단도 이룩한 적 없는 점유율”이라며 치켜세울 정도다. 이번 블랙프라이데이(11월 28일) 때도 페이팔은 모바일 결제에서 고객 수로는 51%, 금액으로는 62%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역대 최대치다.

 이는 말 그대로 간편한 결제 시스템 덕분이다. 간편 결제를 찾는 고객들은 지갑을 뒤져가며 카드를 찾는 수고조차 번거로워 한다. 안정성만큼이나 편리성을 중요시한다. 아이디 하나로 여러 사이트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고객들이다 보니 간편 결제 한 업체에 몰리는 경향이 뚜렷하다. 페이팔의 한국 진출 검토 소식에 국내 금융계가 바짝 긴장한 이유다. 국경을 개의치 않는 한국의 ‘해외 직구족(族)’ 시장을 국외 업체에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바탕에 깔려있다.

 이효찬 여신금융협회 조사연구센터장은 “한국은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이 잘 형성돼 있어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간편 결제의 보급 속도가 느린 편이다. 포인트나 할인 등 카드 결제시 받을 수 있는 이득이 아직 크기 때문”이라면서도 “한 업체가 점유율을 독식하는 간편 결제 시장의 특징을 감안해 국내 업체도 더욱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기술 발달과 함께 현금도, 카드도, 스마트폰과 같은 기기도 필요없고 ‘몸’만 있으면 되는 4세대 생체인식 방식 결제 시스템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핀란드 회사 ‘유니클’은 세계 최초로 가맹점이 고객의 얼굴을 비밀번호와 같은 식별수단으로 인식해 결제가 가능한 소프트웨어와 기기를 개발했다. 미국업체 ‘시크릿 핸드쉐이크’는 특정 손동작을 인식해 결제가 가능한 시스템을 개발했다.

 김영린 금융보안연구원장은 “국내에서 핀테크가 더 발전하려면 전반적으로 규제는 완화하면서 업체의 책임은 높여야 한다.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 등에서 전반적으로 보안을 강화하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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