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단숨에 방산업계 1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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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가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를 인수하면서 방산업계에 “한화가 한국의 록히드마틴을 꿈꾸는 게 아니냐”는 말이 돌고 있다.

 록히드마틴은 스텔스 전투기 F-35와 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사드(THAAD) 등을 생산하는 미국 최대의 방산업체다. 국내 방산업계 4위권으로 평가되던 한화는 이번 발표로 지난해 기준 매출액 2조6000억원 규모의 명실상부한 최대 방위산업체가 됐다.

 방산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매출액 규모보다 이들의 결합이 가져올 시너지 효과다. 한화는 다연장 로켓포인 ‘천무’로 대표되는 유도무기와 탄약 전문업체였다. 삼성테크윈은 국산 명품 무기 K-9 자주포(사진)로 대표되는 육상 무기의 선두 주자다. 또한 FA-50 엔진을 제작하며 쌓은 항공산업의 노하우도 있다. 삼성탈레스는 레이더와 해양시스템을 집중 연구해 온 방산업체다. 이 모든 회사가 결합하면서 한화는 지상·항공·해상·유도무기 등 거의 모든 무기체계를 다루게 됐다. 국내 방산업체로는 공룡기업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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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계에선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 많다. 방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방산 부문은 지금 고비용 저효율 구조 때문에 그룹 내 ‘천덕꾸러기’ 신세”라고 전했다. 한국방위산업진흥회가 발간한 ‘한국의 방위산업 현황’에 따르면 2012년 현재 각 그룹이 방산 부문에 투입한 인력은 전체의 17.7%다. 반면 매출액은 6.6%, 영업이익은 7.1%에 불과하다.

 지나치게 많은 기업이 난립한 것도 문제다. 2014년 우리 군의 방위력 개선비는 연구개발비를 포함해 12조8000억원이다. 해마다 1000조원이 투입된다고 해서 ‘천조국’이라고 불리는 미국의 100분의 1 수준이다. 하지만 업체 수는 92곳에 달한다.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은 1990년대 들어 수백 개의 방산업체를 록히드마틴·보잉·노스롭그루먼·제너럴다이내믹스·레이시온 등 5개 업체로 재편했다. 미국 방산업계 1위인 록히드마틴도 항공우주산업체인 록히드와 미사일이 주력 제품이던 마틴마리에타가 95년 합병하면서 탄생했다. 홍성민 안보정책네트웍스 대표는 “우리나라 방산시장은 최저가 입찰방식과 영업이익률 제한 등의 제약이 많아 기업이 흑자를 내기도 쉽지 않고 어지간한 규모가 아니면 버티기 어려운 조건”이라며 “인수합병(M&A)을 통해 ‘규모의 경제’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유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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