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겨도 강하다, 이정재표 액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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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매치’에서 격투기 선수 익호를 연기한 배우 이정재는 “지난 몇몇 작품의 진지한 모습에서 조금 벗어난 연기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진 NEW]

이정재(41)가 강렬한 액션으로 돌아왔다. 그의 신작 ‘빅매치’(26일 개봉, 최호 감독)는 서울 도심을 무대로 격투와 추격과 탈출이 흡사 게임처럼 이어지는 액션영화다. 이정재가 연기하는 주인공 익호의 강도 높은 액션이 가장 큰 매력이다. 격투기 선수인 익호는 악당(신하균)에 납치된 형(이성민)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이 게임판의 말 노릇을 하게 된다. 이정재는 익호를 허허실실의 유머와 함께 소화했다. 최근 ‘신세계’(2012, 박훈정 감독)와 ‘관상’(2013, 한재림 감독)에서 보여준 진중함이나 카리스마와 또 다른 매력이다.

 - 지난해 ‘관상’의 수양대군 역으로 제2의 전성기란 평가를 받았는데, ‘빅매치’처럼 힘든 액션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게임처럼 진행된다는 신선한 컨셉트가 좋았다. 또 이렇게 강렬한 액션영화는 지금 하지 않으면 다시는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 그 말대로 시종일관 고강도 액션이 펼쳐진다. 촬영이 퍽 고됐겠다.

 “힘들 거란 예상은 했는데 정말 힘들었다. 격투기 선수 역할이라 촬영 8개월 전부터 훈련을 받았다. 매일 서너 시간 넘게 운동하고, 식사도 많이 해야했다. 액션을 소화하다 어깨 인대가 파열되기도 했지만, 촬영을 뒤로 미룰 순 없었다. 진통제를 먹어가며 계속하다 촬영이 모두 끝난 다음날 수술을 받았다. 지금도 재활 치료 중이다.”

 - 초반에 경찰서 유치장을 탈출하는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다.

 “굉장히 공을 많이 들인 장면이다. 에너지 넘치는 이 영화의 색깔을 소개하는 장면이라서, 유머가 가미된 액션을 좀 더 많이 보여주려고 했다. 건물에서 건물로 몸을 날리는 맨몸 액션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 주인공 익호는 코믹함도 갖췄다.

 “극 중에서 형이 납치당한 건 굉장히 심각한 상황인데, 형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까지 심각하게 움직이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발랄하게 갔다. 영화의 시작인 격투기 시합 장면도 그렇다. 실제로는 그 어떤 선수도 익호처럼 웃으며 등장하지 않는다. 진지하고 긴장된 표정으로 영화를 시작하고 싶지 않아 일부러 그렇게 연기했다.”

 - 데뷔한 지 20년이 넘었는데 최근 들어 다시 활약이 커지고 있다.

 “솔직히 옛날에는 내가 과연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왠지 오래 할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몇 년 전부터 들었다. 얼마나 잘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웃음). 그만큼 이 일이 재미있다는 얘기다. 캐릭터를 구축하고 표현하는 방법이 전보다 더 섬세해졌고, 내 몸도 더 자유롭게 쓸 줄 알게 됐다.”

극 중 형 이성민(왼쪽)과 동생 이정재.

 - 예나 지금이나 ‘섹시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배우 이정재가 생각하는 섹시함이란.

 “의외성이다. 사람은 예상 외의 모습을 보여줄 때 섹시한 것 같다. 의외의 모습,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늘 노력한다. 내 또래가 ‘신세계’ ‘관상’ 같은 영화를 연이어 했다면 아마 ‘빅매치’를 선택하진 않았을 거다. 진중하고 멋있는 모습을 쭉 보여줬겠지(웃음).”

 - 다음 작품은.

 “‘도둑들’(2012)의 최동훈 감독이 연출하는 영화 ‘암살’을 촬영 중이다. 굉장히 재미있고, 의미있는 작품이 나올 것 같다.”

 임주리 기자

★ 5개 만점, ☆는 ★의 반 개

★★☆(이은선 기자): 영화와 롤플레잉 게임(RPG)의 만남. 신선한 컨셉트로 오직 오락성만을 지향하는 팝콘 무비. 후반으로 갈수록 단순한 반복처럼 보이는 게 흠.

★★★(강유정 영화평론가): 머리를 비우고 생각도 버리면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게임 서사. 이정재는 30대 배우의 몫까지 소화해내는 연기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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