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밭 3.3㎡에 100만원 … 회동저수지 땅값 들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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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부산시민의 상수원인 회동수원지 전경. 수원지 뒤로 금정구 오륜동 본동마을이 보인다. [송봉근 기자]

부산시민의 상수원인 회동수원지 주변 땅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회동수원지 옆인 부산시 금정구 오륜동 본동마을 미나리꽝 1322㎡(약 400평)는 지난해 말 4억원에 팔렸다. 수원지에 붙어 있는 저습지여서 개발 가능성이 작지만 3.3㎡(1평)당 100만원에 팔린 것이다. 이 마을 주거지는 요즘 3.3㎡당 700만∼800만원을 호가한다.

 바로 옆 새내마을도 비슷하다. 이 마을 주거지는 대부분 상수원 보호구역에 걸쳐 있다. 수원지가 생길 때 수몰민들이 이주하면서 택지가 부족해 상수원 보호구역을 점령한 채 집을 지었다. 주민 김모(57)씨는 “수몰 이주민들의 아픔을 감안해 당시 행정기관에서 상수원 보호구역 점령을 묵인해줬다”고 말했다.

 이곳은 택지와 상수원 보호구역에 걸쳐 있는 주거지가 3.3㎡당 400만∼500만원 선이다. 상수원 보호구역을 점령하지 않는 택지는 3.3㎡당 1000만원을 부르는 곳도 있다. 평지가 많은 선두구동과 노포동 농지도 3.3㎡당 수백만원짜리가 수두룩하다. 하지만 호가가 뛰어도 거래는 거의 없는 편이다.

 이는 50년 동안 묶여 있던 상수원보호구역이 풀릴 것이라는 소문 때문이다. 부산시는 지난 6월 회동수원지 상수원 보호구역 9만3023㎢ 중 4056㎢를 해제했다. 금정구 27.6㎢ 중 4.0㎢와 경남 양산시18.0㎢ 중 0.01㎢도 해제됐다. 수원지 수계와 관계 없는 범어사 계곡과 경남 양산시 동면 다방천 일부 지역도 해제된 것이다. 회동수원지 주변은 도심과 가깝지만 자연환경이 훼손되지 않은 청정 지역이다. 전원주택지로는 최고의 명당으로 꼽힌다. 상수원 보호구역이 일부 풀린데다 향후 전망이 부동산 구매자들의 기대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홍준표 경남지사도 지난 9월 18일 경남도의회 천영기(새누리당) 의원의 지리산댐 관련 질문에 답하면서 논쟁이 불을 붙였다. 그는 “지리산댐 물을 창원·김해 등 중부 경남도민들에게 공급하고 남는 물이 있으면 부산시민에게 공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지사의 발언으로 상수원 보호구역 해제 가능성이 더 커졌다며 땅을 사려는 외지인 발길이 부쩍 잦아졌다는 게 마을 주민들의 얘기다.

 하지만 이 지역의 땅을 구입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부산에서 좋은 주거지로 꼽히는 남천·대연·명륜·온천동 일대의 단독택지가 3.3㎡당 600만∼700만원 선인 것을 감안하면 땅값이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주거지 가격이 3.3㎡당 700만∼800만원을 넘으면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글=김상진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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