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꼬집으며 "살 수 있다" 격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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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14일간의 사투끝에 구조돼 장성시내 서울의원 2백1호실에 입원중인 배대창씨는 그동안의악몽을 띄엄띄엄 이렇게 설명했다.
-어떻게 버텼나.
▲다행히 갱내에 새로 반입된 소나무 갱목이 있어 그 껍질을 벗겨 먹으며 허기를 채우고 지하수로 입을 추겼다.
-구출될것으로 생각했나.
▲우리는 죽게 될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4명이 서로 위로 격려하며 구조반이 도착할대까지 버티어 왔다.
-매몰돼 있는 동안 갱내사정은 어떠했나.
▲우리가 대피했던 곳은 다행히 물이 차지 않았고 주기적으로 쇠파이프를 통해 산소가 공급돼 호흡에는 지장이 없었다.
우리는 한 사람씩 돌아가며 캡 램프(안전모에 달려있는 전등) 를 켜 불을 밝히고 불침번을 세워 놓은후 교대로 잠을 잤다.
10일쫌 지나서 캡램프의 전지가 다 소모돼 4∼5일간 암흑속에서지만 서로 부둥켜 안고 체온을 유지했다.
-구조반이 온 것을 어떻게 알았나.
▲『절대로 죽지 않고 살아서 나간다』 는 말을 서로 돌아가며 읊조렸고 힘이 없어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을때는 서로 얼굴을 꼬집어 가며 정신을 차렸다. 오늘 밖에서 물을 퍼내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 구조대가 온줄알았다.
-광부생활을 계속하겠는가.
▲계속할 생각이다.
숙련광부로 자부하고 있는 내가 탄광을 떠나면 어떤 사람이 남아 탄을 캐겠는가.
-지금심경은.
▲살아나와 꿈만 같다. 삶이 무엇인지 알았다.
-건강상태는.
▲지난밤 충분한 수면과 치료로 다소 생기를 찾았다. (배씨는 4일상오8시쯤 눈가리개를 뗐다)
-가족과는 만났는가.
▲아직 못 만났다. 쇠약해진 아빠 모습을 보면 아이들이 놀랄것 같아 면회를 사절했다. 며칠 더 요양한후 만나겠다.
-무엇이 가장 괴로왔나.
▲살려고 발버둥치며 고통에 젖어 있는 동료들의 모습을 볼대 내가 죽는 다는 생각에 앞서 더 큰 괴로움을 느꼈다. 이같은 심정은 4명이 모두 같았다.
-가장 고통이 심한때는 언제였나.
▲매몰후 5일쯤부터였던 것 같다. 추위·허기로 금방 물속에 빠질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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