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막길 엔화 시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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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국은행들이 잇달아 금리를 내리면서 달러화는 세계주요통화에 대해 강세를보여 급등하고 있다. 특히 일본의 엔화와 서독의 마르크화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 한때 달러당 2백20엔대를 기록하면서 강세를 보였던 엔무는 지난해 연말 이래로 하락을 거듭, 5년만에 최저시세로 떨어졌다.
동경외환시강에서의 엔화는 지난2월 달러당 2백40엔, 4월에는 2백46엔을 기록하더니 6월부터는 2백50엔대로 떨어지고 l7일에는 2백65·35엔까지 기록했다.
같은 날 뉴욕·런던의 외환시장에서도 달러화는 구주 주요통화에 대해 일제히 상승세를 나타냈고 금값은 큰 폭으로 떨어졌다.
거래자들은 이 같은 달러강세가 ▲최근 서독기업의 도산 사태 ▲중동사태 불안정▲중남미·속구국들의 외채위기감 고조등의 여러 요인 때문에 달러화 수요를 촉발시킨 것으로 보고있다.
특히 동경시장에서 엔화는 연3일간 계속 떨어져 일본은행이 개입했으나 큰 효과가 없었다. 최근 2개월 동안 엔화는 달러에 대해 10%이상 떨어졌다,
엔화의 지속적 하락이 무역마찰을 격화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는 일본정부는 더 이상의 엔화 가격하락을 막기 위해 엔화매입에 나서고있다. 미국도 일본정부에 대해 금융정책을 개선, 달려 당 2백엔 수준으로 올려줄 것을 요청하고 나셨다.
엔화 하락의 가장 직접적 원인으로는 미국의 재정적자에 따른 고금리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미국의 고금리로 세계각국의 경제가 핍박을 받게 되고 상대적으로 엔화가 약세를 보인다는 것이 일본의 주장이다.
미·일의 금리 차로 인한 일본의 장기자본 해외유출도 엔화하락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일본의 장기 자본유출은 금년1·4분기에 74억 달러, 24분기에는 64억 달러에 이르렀는데 특히 미국의 고금리를 이용해 작년부터 일본의 증권투자가 크게 줄기도 했다.
그러나 환솔의 오르내림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그것은 세계의 정치·경제와 시시각각으로 관련이 되며 그 움직임을 파악하는 것은 대단히 실무적이고도 기술적이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앞으로의 엔화의 향방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것이 관심의 대상이 되고있다. 그러나 워낙 외환시세가 난기류속에있어 전문가들도 손을 들고 있다.
일본 주우은행의 대해굉씨는 「대해방식」이라는 독특한 예측방법을 개발, 엔화의 시세를 이제까지 비교적 정확하게 알아맞혔다.
대해씨는 자신의 방식을 사용, 엔화시세가 7∼9월 중 달러 당 2백55∼2백60엔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시적으로는 2백60엔대가 되거나 2백40엔대가되는 경우도 있겠으나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
10∼12월은 어느 정도 강세를 보이겠으나 연내에 2백30엔대로 돌아오지 않을까 추측했다.
그는 레이건 미대통령의 고금리정책이 엔화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나 반드시 이것 때문은 아니라고 말했다.
수출이 호조를 이루고 수입이 떨어지면 무역수지가 흑자가 돼 환율이 오르는 것이 보통이지만 수출의 상당부분을 선물로 팔았거나 수입의 상당부분을 현물시장에서 샀을 경우 환율은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일본측의 분석과는 관계없이 미국 고금리의 완화추세가 뉴욕주가의 폭등을 동시에 초래한 점으로 미루어 당분간 국제 외환시장은 달러의 강세와 함께 상당기간 혼란을 거듭할 것으로 보는 관측들이 지배적이다.
최근의 달러강세는 종전까지의 고 금리 연관에서 벗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동경=신성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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