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준화 보완책」의 보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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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문교부가 10일 발표한「고교평준화시책 보완계획」은 몇가지 주목할만한 내용을 담고있다.
공고 농고 신입생의 30%, 과학고교는 학생 전원을 학교장의 추천에 따라 입학시키는 제도를 도입할 것이라든지, 62개 전수교를 정규고교로 개편해서 학생수용능력을 높이기로 한 방안 등이 그것이다.
평준화고교의 학력저하를 막기 위해 교과별 능력별 이동수업과 학습부진아 보충수업을 새학기부터 실시키로 한 방침에서도 문교당국이 나름대로 평준화시책의 보완을 위해 고민한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적성에 맞는 진로지도교육의 중요성은 강조되었지만 국민들의 그릇된 직업관, 제도의 모순 등으로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한 점을 생각할 때「교장추천제」를 도입키로 한 것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만하다.
추천입학제는 실업계고교에 가고싶어도 합격선에 미달되어 할 수 없이 인문고교에 진학한다든지 적성과는 관계없이 진학했다가 중도 포기하는 학생을 훨씬 줄일 수 있어 실업교육의 정상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뿐만 아니라 이 제도가 인문고교에까지 확대 실시되면 현행 평준화시책이 안고있는 가장 큰 모순의 하나인 학교의 특색이나 특성을 살릴 수도 있지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고교의 수용능력을 늘리는 문제도 매우 시급하다. 당국에 따르면 고교수용능력은 금년의 경우 서울의 남자고교는 85%, 경북은 93%로 전국적으로 85%를 상회하고 있다.
지난 10년동안 고등학교의 수용능력이 크게 늘어나기는 했으나 85%밖에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은 예사로운 문제는 아니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고등학교까지의 의무교육을 실시하고있다. 중학까지의 의무교육도 못하는 형편에서「고교의무교육」은 너무 동떨어진 느낌이지만 고교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을 전부 받아들일 만큼의 시설을 갖추는 것은 정부의 실무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해마다 진학율은 높아지는데 수용능력이란 변수 때문에 탈락하는 학생이 늘었다 줄었다 한다면「교육의 기회균등」이란 원칙에도 어긋나는 일이며, 진학을 못하는 학생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로 인한 청소년범죄 등 여러가지 사회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런 뜻에서 62개 전수교를 정규고교로 개편하는 것은『고교교육의 질 향상이 양적대책에 밀리고 있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본다.
앞으로 양적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물론 고교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도 보다 많은 교육투자가 요구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정부의 재원이 모자라면 민간의 돈이라도 끌어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학의 진흥을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평준화시책으로 인해 전국 7백 15개 사립고교가 빚더미 위에 올라앉아 학생들에게 부실한 교육을 시키고 있다는 사학관계자의 주장을 그저 엄살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경제성장으로 부의 축적이 이룩되면서 교육사업에 뜻을 둔 사람이 많이 있지만 학교를 운영하면 손해를 보는 현행제도 하에서 그 뜻을 실천할 사람은 없게 마련이다.
따라서 정부는 사학설립의 필요성만을 인정할 것이 아니라 세제상의 혜택을 주는 등의 방법으로「평준화시책의 희생물」이 되어온 사학의 운영을 건전하게 하고 더 많은 사람이 교육에 투자할 수 있는 유인체제를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번 보완대책은 평준화시책이 몰고 온 핵심적인 약점, 고등학생의 실력저하 같은 본질문제에 대한 명확한 대응책을 내놓지는 못했다. 이제 실시 10년째로 접어드는 평준화시책의 당부나 성패를 평가할 계제는 아니다. 다만 기왕에 정부가 이 시책을 지속하는 이상 앞으로 제도적인 보완은 물론 교육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투자에 한층 박차를 가해주기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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