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후유증 많아 경영 정상화 고심|기업특성 무시 "물리적 조정"무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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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사기를 내릴 뻔했던 기아산업일 자동차통합조치 백지화로 기사회생했다.
『통합 후유증을 어떻게 감당할 것이냐는 걱정이 태산같았습니다. 상공부의 결단은 현실을 직시한 판단이었습니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경영정상화에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기아산업 김선홍 사장(50)의 이야기다. 김 사장은 전문경영인으로 1년 5개월의 통합 시련기를 겪은 장본인. 김 사장은 기아가 풍전등화의 위기에서 벗어나 고 김철호 회장의 유지를 이어받을 수 있게 되었다고 거듭 다행스러워 했다.
자전거에서 시작하여 삼륜차·자동차 등으로 평생을 바퀴사업으로 일관한 기아산업의 창업주 고 김철호 회장은 72년 임종석상에서 당시 상무이던 김선홍 사장의 손을 붙잡고『기아의 이름을 지켜주기 바라오. 자동차를 월 2만대 생산할 수 있도록 힘써주시오.』라고 간곡한 유언을 남겼다 한다. 김 사장은 서울대 공대 기계과를 졸업하고 58년 기아공채 1기로 입사, 김 회장의 신임이 두터웠다.
김 사장은『이때 내 몸은 기아의 울타리를 벗어날 수 없다』고 결심하게 됐다는 것.
운명하는 순간까지 자동차 공업을 생각하고「명령」하는데 감복했다는 것이다. 고 김 회장이「자동차 생산 2만대」운운한 것은 채산성 곡선이론을 따른 것이라고 풀이한다.
「자동차공업론」을 쓴 영국의「실버스턴」은 단위공장이 월 2만대를 생산하면 국제규모 공장이돼 채산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린바 있다는 것이다. 김 회장 운명 당시 기아의 월 평균 생산실적은 1천 5백대 수준이었다.
비온 뒤 망이 굳어진다』는 격언대로 지난 시련을 전화위복의 밑거름으로 삼으면 기아의 실추된 명예를 되찾을 자신이 있다』고 강조한다. 어려운 고비 때면 사장이 사원들과 함께 남한산성 고 김 회장의 묘소를 찾아 마음을 달래고 전열을 가다듬었다고 한다.
「빚더미 속 기아」라는 세론에 대해 김 사장도 지난해 2백 66억 원의 적자를 냈으나 올해에는 봉고트럭 등 신제품이 히트하여 혹자전망이라고 밝힌다.
목표 제1은 흑자경영, 제2는 부채축소에 힘쓰기로 했다.
중화학 투자문제에 이르자『기업에는 각 기업만이 알아야할 비밀과 특성이 있는데 물리적으로 통폐합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 것은 너무 단순한 생각』이라는 지론이다.
자본과 경영의 분리문제에 관해서는 뼈저리게 체험한 경험담을 예로 들면서 금융기관이나 관계당국도「오너」가 안 나서면 기업이 안 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할 때가 왔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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