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수능·EBS 연계, 대학입시를 완전히 망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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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출제 오류 논란을 빚은 문항이 EBS 교재 내용을 바탕으로 출제됐다고 한다. 출제진이 부실한 EBS 교재 내용에서 문제를 출제하다 보니 오류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출제진이 퍼센트와 퍼센트 포인트를 혼동한 영어 25번 문항은 물론 지난해 수능 출제 오류 파동을 몰고 온 세계지리 8번에 이르기까지 이들 문항은 EBS 교재 내용을 근거로 했으며, 교재에도 비슷한 오류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출제진의 부주의나 실수도 잘못이지만 교재 자체가 부실한 탓에 오류 발생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없었다고 하니 한심할 따름이다.

 수험생들을 혼란에 빠뜨린 수능 출제 오류의 근본 원인은 부실한 EBS 교재에 있으며, 이런 교재에서 수능 문제 70%를 연계해 출제하도록 한 교육부 정책에 있다. 물론 수능과 EBS 교재 연계 정책 덕분에 수험생들의 사교육비 부담이 다소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사교육을 찾아보기 힘든 농·산·어촌 지역 학생들도 EBS 수능 인터넷과 교재에서 도움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수능·EBS 연계 정책이 시행된 2010년부터 EBS 교재 내용에 오류가 많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됐으며, 지난 5월에도 국어·수학·사회탐구 등의 교재에서 오류나 오탈자가 발견됐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이처럼 EBS 교재가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도 수능·EBS 연계 정책을 고수했다. 이런 측면에서 교육부 역시 출제 오류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교과서보다 EBS 교재가 우선인 현실은 정상일 수 없다. 교육부는 대학입시를 완전히 망쳐놓은 수능·EBS 연계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 우선 70%라는 연계 수치부터 폐기할 필요가 있다. 수험생들이 EBS 교재 내용만 달달 외우는 건 70%란 수치와 관련이 깊다. 또한 평가원과 함께 시중에 나와 있는 EBS 수험 교재 전체를 면밀히 검토해 부실한 교재로 인한 추가 피해를 막아주기 바란다. 더 나아가 이번 출제 오류를 계기로 수험생들이 교과서를 바탕으로 공부하면 시험 대비가 가능하도록 수능 체제를 개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