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 가족대화 많아야 행복 '넘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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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가족들끼리 대화하는 시간이 하루 1분도 안되는 가정이 적지 않다. 자녀들은 학원·과외 공부에 내몰리고, 부모는 자녀들의 교육비를 대느라 바쁘다. 대화가 없으면 서로의 기대와 요구를 알 수 없어 관계가 멀어지게 된다.

가정의 달이다. 바람직한 가족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부모와 자녀가 대화하는 가정을 만들자.

"PC방에서 집에 왔는데 엄마가 막 뭐라고 해서 기분을 잡쳤다. 태훈이가 자기 엄마를 욕하던 기분을 이제 알 것 같다. 어른들은 다 똑같다. 컴퓨터 좀 오래 하면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기 일쑤다. 하지만 하라는 공부를 다 하면 잘 했다는 말 한마디 없다. 어른들은 우리를 눈곱만큼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면서 우리 위에서 군림하려고만 한다."

서울 한 중학교의 '모둠일기' 일부다. 모둠일기는 학급의 학생들끼리 모둠을 지은 뒤 당번을 정해 날마다 일어났던 일을 적는 것이다.

부모와 갈등하는 학생들이 점점 늘고 있다. 일기 속에서 부모는 사사건건 자녀의 행동에 간섭하고 잔소리나 하는 귀찮은 존재다. 그렇다면 부모들에게는 문제가 없는가.

내가 낳은 자식이지만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른다. 뒤늦게 "속마음을 털어놓으라"고 다그쳐봤자 쉽게 입을 열 리 없다. 평소 의사소통이 없었기 때문이다. 부모가 권위주의적인 가정일수록 더욱 그렇다.

조선 후기의 학자인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1762~1836)은 귀양살이를 하면서도 두 아들과 편지로 대화하며 자녀 교육에 힘썼다고 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고생의 20%는 평소 부모와 전혀 대화를 하지 않는다. 대화를 하더라도 절반 이상이 하루 평균 30분에 못 미친다. 초등학생도 마찬가지다.

가정은 사회의 가장 작은 집단이다. 사람은 부모형제 등 가족 구성원과의 인간관계를 통해 사회성이 발달한다. 대화가 단절되면 가정은 물론 사회에서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를 맺을 수 없다.

가족과 대화 시간이 많은 어린이일수록 공부를 잘 하는 경향이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고, 대화 시간이 적을수록 인터넷에 중독될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태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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