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고객 잡자” 키즈에 공들이는 IT업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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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미혼 직장인 김모(31)씨는 지난 추석 때 7살 조카딸에게 손목시계형 어린이용 휴대전화를 사줬다. 20만원 대의 적지 않은 가격이었지만 내 자식같다는 생각에 흔쾌히 거금을 썼다. 그는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휴대전화가 필요할 것 같아서 사준 건데, 누나가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영유아와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키즈 산업’이 정보기술(IT) 업계의 새로운 주력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여러 가족으로부터 용돈을 받는 이른바 ‘식스 포켓’(Six Pocket, 부모·조부모·외조부모 등 6명에게서 용돈을 받는 아이)가 늘면서 고가의 키즈용 IT기기에도 지갑을 여는 어른이 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IT기업들은 아이들의 교육과 안전을 위한 다양한 스마트 기기와 서비스를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 경쟁이 두드러진 곳은 교육용 태블릿PC 시장이다.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흥미롭게 공부를 유도할 수 있는 콘텐트가 나오면서 부모들 사이에서 인기다.

 LG전자는 2012년 첫 선을 보인 ‘키즈패드’의 후속작으로 최근 ‘키즈패드2’를 선보였다. 외국어·사고력·자연학습 등의 콘텐트를 제공하며, ‘엄마모드’를 통해 쪽지를 주거받거나 아이의 학습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삼성전자도 1500여 개의 프리미엄 학습 콘텐트 등을 갖춘 ‘갤럭시 탭3 키즈’를 와이파이(Wi-Fi) 전용으로 출시했다.

 ‘스마트 러닝’도 대세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예컨대 책에 갖다대면 글자를 읽어주거나 노래를 불러주는 기능을 갖춘 IT기기다. 씽씽펜·세이펜·스마트펜 같은 ‘말하는 펜’은 1년에 약 40만개가 팔리는 것으로 추산된다. 영어나 동화책 내용을 벽·천장에 영화처럼 보여주는 학습 전용 빔프로젝터도 나왔다. LG유플러스는 디지털가전 ‘홈보이’에서 동화책 1600여권을 한글·영어 동영상으로 제공하고, 아이들이 직접 연주할 수 있는 30여 가지 악기 기능을 넣었다. SK텔레콤의 교육 로봇 ‘알버트’는 로봇 몸체에 스마트폰을 설치하면, 애플리케이션(앱)이 책을 읽어주거나 낱말카드놀이를 같이 하는 등의 ‘가정교사’ 역할을 한다.

 아이들이 학교·유치원에서 제 때 집에 돌아왔는지 걱정하는 직장맘의 불안감을 달래주는 키즈 전용 휴대전화도 잇따라 출시됐다. SK텔레콤의 ‘T키즈폰 준’은 목에 걸거나 손목에 착용할 수 있는 휴대전화 단말기다. 아이들은 부모가 지정해둔 30명과만 통화할 수 있다. LG유플러스의 ‘유플러스 키즈온’은 미취학 아동을 위해 여러 기능을 단순화한 게 특징이다. 전용 앱을 통해 자녀의 현재 위치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유아용 앱 시장도 뜨겁다. 단순한 동영상·게임·교육 콘텐트 제공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집·유치원과 제휴해 실시간 하원 관리, 알림장, 투약·귀가 동의요청 등도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게 했다.

 아이들이 갖고 노는 장난감도 디지털 시대에 맞춰 진화하고 있다. 마텔이 선보인 ‘앱티비티’는 아이패드를 함께 사용한다. 센서가 달린 미니카를 움직이면 스크린 위에서 경주용 게임을 즐기고, 배트맨 장남감을 스크린 위에서 움직여 총을 쏘거나 자동차를 타고 거리를 달릴 수 있다. 디지털 카메라가 장착된 바비인형은 허리띠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사진을 찍을 수 있고, 촬영된 사진은 바비인형이 입은 티셔츠의 앞부분에 이미지로 나타난다.

 IT업계가 키즈 산업에 공을 들이는 것은 어린이들이 디지털 기기에 익숙해지고 있는 변화를 따라잡기 위한 측면도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 김선영 연구원은 “교육·안전 등 학부모의 수요를 겨냥한 키즈산업은 IT디바이스·네트워크 사업자에게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며 “중국이 1인1자녀 산아제한 정책을 완화하면서 해외진출의 길도 넓어진데다, 미래 이용자를 미리 확보한다는 차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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