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지방자치 흔드는 지방세제 개편 곤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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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정부 내에서 지방세제 개편 논의가 활발한 모양이다. 현재 시.군.구 등 기초자치단체가 받고 있는 재산세와 종합토지세 등 부동산 보유세의 징세권을 광역자치단체로 넘기자는 게 골자다. 부동산 보유세를 올려도 기초자치단체들이 자체적으로 세율을 낮추는 바람에 부동산 대책의 약발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중앙정부로서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부동산 대책이 기초단체의 반발로 무력화되는 사태가 고까울 만도 하다. 그러나 지방세제의 개편은 그렇게 단순히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우선 지방세는 지방자치제를 유지하는 핵심 요소다. 지방세는 각 자치단체가 지방 재정을 충당하고, 지역별로 특성과 여건에 맞는 사업을 벌일 수 있는 바탕이다. 따라서 이를 바꾼다는 것은 지방자치제의 골격을 바꾸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부동산 보유세의 징세권을 광역자치단체로 넘길 경우 기초단체는 존립 근거가 사실상 없어진다. 징세권을 박탈당한 기초단체는 재정을 온통 중앙정부와 광역단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그 위상은 사실상 광역단체의 말단 행정조직의 수준으로 격하될 수밖에 없다. 이것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지방자치제의 근본 취지에 어긋나는 일이다. 이처럼 중대한 사안이 일시적인 부동산 대책의 효율성 차원에서 논의되는 것은 옳지 않다.

기초자치단체들은 당장 중앙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이미 부동산 보유세의 일종인 종합부동산세를 국세로 했다. 똑같은 부동산에 매기는 보유세의 일부를 중앙정부가 가져간 것이다. 일부 지자체는 이에 대해 징세 관할권의 침해라며 헌법재판소에 제소한 상태다. 이 판에 그나마 남아 있는 부동산 보유세마저 광역단체로 이관하려는 것은 지자체와 중앙정부 간의 갈등을 키울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제의 근간을 무너뜨릴 소지마저 있다.

더구나 특정 지역을 겨냥한 지방세제 개편 논의는 세금의 기본체계를 왜곡하고 중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 중단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