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 「헨리·무어」전 지상감상① 「모자나상」(80년 작, 브론즈 높이 16·8cm)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헨리·무어」의 예술적 명성이나 작품세계에 대해서는 새삼 거론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어쩌다 해외여행 건에 들른 유명한 미술관점원이나 조각공원 에서 나는「무어」의 대형 야외 조각들을 대하고 무한한 감동을 느끼곤 했다.
그런데 이번 호암미술관 초대전에서 나는 그의 새로운 면모를 만나게 되었다. 그것은 소형 마케트들이 주는 또 다른 감동이었다.
이제까지 그의 마케트는 대형조각을 위한 모델 링 정도의 것으로만 생각해 왔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관념이었다. 작품 하나 하나의 완결 미는 물론이고, 이 작은 『모자 상』에도 그의 특징으로 일컬어지는 볼륨 감, 힘, 사람, 인간미 등이 작은 형태 속에 응고되어 무한한 크기로 확산되어 오는 듯한 충동을 받았다. 그것은 확실히 <소는 대와 통한다>는 동양의 사상을 몸으로 체득한 것이라고나 할까. 더욱이 그는 평범 속에서 특이한 개성을 찾아내는 예리한 관찰력의 소지자였다. 해안 가의 바위, 나무 동걸, 풀을 뜯는 양떼….
드로잉과 판화을 보면 마치 동양화의 수지법 이나 서법을 응용한 듯한 착각마저 든다. 거장의 예술적 깊이에는 확실히 양의 동서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는 느낌이다.

<이대원·홍익대총장· 서양화가〉< p>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