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종교 합동 어린이 캠프 아시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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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스님. 목사님. 신부님. 포덕사님(천도교). 교무님(원불교)이 종교의 벽을 뛰어넘어 서로를 배려하고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요."

19일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 배내골 깊은 산중에 자리 잡은 원불교 삼동배내청소년수련원. 법명 스님(경주 향림사), 송영웅 목사(부산 풀빛교회), 이교승 신부(성공회 부산교구), 박철 포덕사(천도교 부산교구), 장덕훈 교무(원불교 배내청소년수련원) 등 성직자들이 함께 모여 머리를 맞댔다.

올해로 10년째 이어지고 있는 5개 종교단체 공동주최의 여름 어린이 캠프 '숲 속의 학교'가 2주일 뒤인 다음달 1~5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전국 각지에서 지원한 초등 3~6년 60명을 대상으로 한 이 캠프는 법명 스님 등 주지급 이상 5~7명의 성직자가 주임교사로 나서고, 승가대 대학원생.전도사 등 종교단체별로 1~3명씩 담임으로 참가한다. 교사진만 30명 선으로 학생 2인당 1명꼴이다. 학교장은 종교단체별로 매년 돌아가며 맡는다. 지난해는 법명스님, 올해는 장덕훈 교무가 맡는다.

주제와 교사.초청강사는 매년 바뀌지만 10년간 변함 없는 게 있다. 학생을 부를 때 절대 호루라기를 사용하지 않으며 정렬시킬 때도 일렬 종대가 아닌 원형으로 서게 한다는 것. 그리고 점심은 그릇에 고춧가루 하나 남기지 않는 발우 공양(스님의 식사 방식)으로 한다는 것. 숲 속의 학교 장덕훈 교장은 "'상대를 인정하는 마음과 나의 소중함을 일깨워주자'는 캠프의 취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호루라기는 개성을 짓밟는 신호이고 일렬 줄 세우기는 매사를 잘난 사람, 못난 사람으로 가르는 것이란 설명이다. 또 발우 공양은 무심코 버리는 한 톨 밥알에 수많은 사람의 피땀이 무시당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수단.

이 캠프는 1994년 송영웅 목사와 김혜신 교무가 부산에서 '열린 종교인 모임'을 결성하면서 시작됐다. 052-254-1037.

울산=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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