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숙종 여인 석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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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서울 원효로 윤경화 노파 등 피살 사건의 고숙종 피고인(47)에게 보석이 허가되어 17일 하오 서울 구치소에서 석방되었다.
고 피고인에 대한 보석 허가는 16일 하오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제2형사부(재판장 김영진 부장판사)가 심리,『보석 청구가 이유 있다』고 인정해 보석 보증금 2백 만원과 서울 정릉동 290의41 자택 주거제한을 조건으로 결정을 내렸으며 재판부로부터 통보를 받은 검찰이 이 결정에 대한 항고를 포기, 보석 보증금이 납부되자 바로 석방지휘를 했다.
3백4일만에 서울 구치소 철문을 나서는 고숙종 피고인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았다.
17일 낮 1시 M분 구치소 안에서 대기 중이던 서울 1아 7130호 포니 택시를 타고 구치소 문을 나선 고 피고인은 보도진의 카메라가 터지자 시트에 머리를 기댄 채 괴로운 표정이었다.
고 피고인은 수감될 때 입었던 금박 반짝이 검은색 원피스에 흰 고무신을 신고 있었고 머리를 뒤로 가지런히 빗어 단정히 묶고 있었다.
고 피고인은 출감 소감을 묻자 입을 열지 않은 채 머리를 숙였고 구치소에서 많은 시간을 어떻게 보냈느냐고 다시 묻자『기도하며 보냈다』고 낮은 소리로 짤막하게 대답했다.
고 피고인은 이어 상기된 얼굴로『고문 받을 때가 가장 괴로웠다』고 덧붙였다.
출감하게 된다는 사실을 언제 알았느냐는 질문에『오늘 12시 20분쯤 담당 변호인인 김형준 변호사가 찾아올 때까지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으나 옆에 있던 김 변호사는 구치소장이 상오 10시쯤 고 피고인에게 알려주었다고 엇갈린 얘기를 하기도 했다.
고 피고인은 택시의 뒷좌석 한 가운데 앉았고 고 여인의 왼쪽에는 남편 윤영배 씨(49), 오른쪽에 외삼촌 박용재 씨(77)가 나란히 앉았으며 앞자리에는 김 변호사가 타고 1시10분쯤 정릉 집을 향해 구치소의 앞마당을 빠져나갔다.
남편 윤 씨는 집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미리 준비해 온 두부를 고 피고인의 입에다 넣어 주기도 했다. 출감에 앞서 구치소 철문 앞에는 외삼촌 박 씨가 상오 9시부터 기다리고 있었으며 12시30분쯤에는 고 피고인과 고교·대학 동창생으로 증인으로 법정에 서기도 했던 김경필 씨(47)와 친구 2명이 나와 기다렸다.
남편 윤 씨는 12시 40분쯤 두부 1모를 종이 봉지에 싸 든 채 구치소에 도착, 철문 앞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며『보석금을 여기저기서 빌어 오느라 늦어졌다. 말할 수 없이 기쁘다.
검찰도 경찰이 송치한 것을 그대로 기소하지 말고 정밀 재 수사하는 식으로 개선해야 한다. 상식적으로 여자가 3명을 죽일 수 있겠는가』고 말했다.
윤 씨는 지난 5월부터 서울 봉천동에서 사법서사를 개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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