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 "U - 정당 구축" 한나라 "대권 - 당권 분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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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15일 대전을 동시에 방문해 민심잡기에 나섰다. 문 의장은 두부 제조 과정에 참여했고, 박 대표는 대흥동 지하상가 대표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국회사진기자단

여야의 당 혁신안이 공개됐다. 한나라당은 지난 2월 연찬회 이후 홍준표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혁신위를 꾸렸고, 지난달 21일 혁신안을 내놓았다. 열린우리당은 15일 한명숙 혁신위원장이 안을 발표했다.

양당의 혁신안에는 나름대로의 2007년 대선 전략이 담겼다. 여당은 재집권을, 야당은 정권 탈환을 노리고 혁신안을 만들었다.

열린우리당이 혁신안에서 가장 강조한 부분은 유비쿼터스 정당 구축이다. 한 위원장은 "국민에게 능동적으로 다가서는 'U(유비쿼터스)-정당'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유비쿼터스(Ubiquitous)란 '언제.어디에나 존재하는'을 뜻하는 라틴어. 사용자가 시간.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기존의 '디지털 정당'개념을 발전시킨 게 U-정당이다. "당 홈페이지를 뉴스.문화.블로그 등이 포함된 정치 포털 사이트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기간당원이 상임위별로 정책 제언을 하고 ▶각종 토론에 참가하며 ▶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DMB), 개인 휴대단말기(PDA) 등으로 증권 정보.일기예보.긴급뉴스.문화 정보 등을 받아볼 수 있게 할 방침이다.

다분히 한나라당을 의식한 안이다. 열린우리당은 최근 자신들이 강세를 보이던 인터넷에서 오히려 한나라당에 밀리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이 분야에서 야당을 압도하지 못하면 대선에서 고전한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

이 같은 혁신안에 대해 당내 일각에선 "정책 방향과 정당 구조 개편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야 할 혁신위가 방향을 잘못 잡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혁신위는 이 밖에 중앙당 사무직 당직자를 정무직과 비정무직으로 나누고, 정무직은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대신 정무직 당직자에 한해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의 10% 이상을 할당키로 했다. 또 각종 당직에 여성 30% 참여를 의무화했다.

논란이 됐던 ▶기간당원제 보완 ▶당 의장과 원내대표 '투 톱' 시스템 재검토 등에 대해서는 기존 제도를 유지키로 했다. 한 위원장은 "논의 결과 기존 당헌.당규만으로도 충분히 잘 운용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 관계자는 "혁신위가 논란이 있는 문제를 그냥 덮어버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은 13일 공청회를 시작으로 당원 설명회 등 혁신안에 대한 여론 수렴 작업을 하고 있다. 뼈대는 두 가지다. 대선 후보 경쟁의 공정한 관리가 하나다. 보수적인 당 이미지를 깨기 위한 정강 정책의 변화를 다른 한 축으로 하고 있다.

혁신위원들은 "당이 살아남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의지에서 만든 안"이라고 주장한다. '남북 상호 공존 원칙'을 내세우는 등 생각의 틀을 바꾸려는 노력도 담았다. 하지만 당내에서의 논의는 2007년 대선 후보 선출 방식에 집중된다. 예비 주자들의 신경전도 치열하다.

안에 따르면 2007년 대통령 후보로 나서려는 사람은 대선 1년6개월 전(2006년 6월)까지 모든 선출직 당직에서 사퇴해야 한다. 대권.당권 분리다. 대통령후보는 ▶전당대회 대의원 20% ▶당원 선거인단 30% ▶일반 국민 30% ▶여론조사 20%로 선출한다. 새로 도입한 책임당원들에겐 주요 당직이나 공직 후보 선출 때 피선거권만 주기로 했다. 박근혜 대표의 지지자 모임인 '박사모'의 대거 진입 가능성 때문이다. 지도체제는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다. 최고위원회의가 최고 의사결정기구가 되고, 기존의 운영위와 당원 대표자대회를 전국위원회로 통합하기로 했다.

최대 쟁점은 박 대표의 임기다. 혁신위 측은 조기 전당대회 실시를 주장한다. 박 대표 임기 만료(내년 7월) 이전인 1~6월에 전대를 열자는 것이다. "내년 5월 말 지방선거를 박 대표 주도로 치르고 승리할 경우 박 대표가 우세한 위치를 점하게 되는데, 그럴 경우 공정한 대선 경쟁이 어렵다"는 취지다. 이 때문에 박 대표 측은 부정적, 이명박 서울시장과 손학규 경기지사 측은 지지 입장을 내비친다. 한나라당은 다음달 말 의원연찬회를 통해 혁신위 안에 대한 최종 입장을 정한다.

이가영.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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