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수위」낮춰줄 「수합방안」찾아 분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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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급격히 높아진 시국수위로 정부와 정계에는 연일 긴장감이 돌고있다. 시국수습을 위해 곧 어떤 조치가 있을 것 같은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중에 느닷없이 「중대발표설」이 나돌기도 했다. 정부는 정부대로, 정당은 정당대로 수습책 마련에 바빠 2일 하루만도 △안기부장·외무부장관의 경질 △민한·국민당 대표의 기자회견 △민정당의 당직자회의와 의원총회 △정부의 국무위원 간담회 등이 있었고 3일에도 △청와대 국무회의 △민정당 당직자·국회상임위원장회의 △민한당·국민당 간부회의 △3당 3역 회의제의 등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장소와 참석자는 다르지만 이 모든 회의의 공통주제는 한마디로 시국수습방안, 그것이다.

<경제각료 사의설도>
정부
이번 사건과 관련, 정부차원의 종합적인 수습방안으로 가장 쉽게 상상할 수 있는 것이 관계자의 인책인사.
정부는 5·21개각이후 열흘 남짖에 다시 안기부장과 외무장관을 경질했다. 안기부장은 이번 사건을 사전에 예측하지 못한 인책경질이다. 전두환 대통령은 적어도 1주일이상 전부터 이러한 인사구상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시기를 임시국회 폐회 다음날로 잡은 것은 국회를 통해 나타난 민의의 반영이라는 정치적 의미가 있다.
대통령 비서실장이 공석으로 남게됨에 따라 비서실의 후속인사도 소규모나마 뒤따르리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앙청에서는 민정당이 의원총의를 열고 있던 2일 하오3시쯤 갑자기 국무위원 간담회 소집 결정이 내려졌다. 하오5시에 시작된 간담회는 정례국무회의의 평균회의시간인 40분보다 무려 1시간이나 더 길게 1시간45분 동안 진행됐고 회의방법도 국무위원 한사람 한사람의 의견개진형식을 취해 마치 「국무위원총회」성격 같았다는 얘기다.
간담회가 갑자기 소집된 배경은 임시국회 후 야당측에서는 기자회견 등을 통한 정치공세 등을 펴고 여당에서도 당직자회의·의총 등을 소집해 수습방안을 짜고 있는 마당에 『행정부로서도 사태수습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야할 것이 아니냐』는 의견에 따라 유창순 총리가 소집한 것.
이에 앞서 총리해임 건의안과 국정조사권 발동결의안이 처리되던 임시국회 마지막날인 1일 하오 늦게 김준성 부총리가 유 총리를 찾아와 단독요담을 하고 갔다.
이어 이날 낮에는 유 총리·김 부총리·노태우 내무장관이 중앙청 후생관에서 오찬을 갖는 등 심상챦은(?)움직임이 보여 「무엇인가 있지 않으냐」는 추측을 불러 일으켰다.
그런 가운데 국무위원간담회가 갑자기 소집돼 국회에서 책임이 거론된 경제각료의 「사의표명설」이 한때 중앙청 주위에 나돌기도 했다.
그러나 회의결과는 『국정쇄신을 위해 앞으로 성의를 다하자』는 다짐용 위한 모임인 것으로 밝혀졌다.
5·21개각 이후 3일 처음 열린 청와대국무회의를 위해 『각부처가 할 얘기가 있으면 미리 준비해 가지고 올라 오라』는 지시가 있어 각 부처별 수습안이 청와대국무회의에서 보고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돌기도 했다.

<실물경제 비난화살>
민정당
『지금이 시작이다』제1백13회 임시국회가 끝난 지 하루가 채 못돼 민정당에서 나온 말이다. 수습대책은 지금부터라는 뜻.
민정당 당직자들은 임시국회가 1일 밤 늦게 끝난 후 국회에서 비공식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는 임시국회가 「무사하게」끝난 데 대한 안도감을 피력하면서도 앞으로의 정국경색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제기됐다.
이어 2일 아침 8시30분에 당직자회의를 소집, 시국수습책은 시종 무거운 분위기에서 논의됐다.
이재형 대표위원은 『시국수습책을 생각하다보니 밤잠을 설쳤다』면서 참석자들의 의견을 모았다. 회의 시작 무렵 김준성 부총리가 사과겸 경제수습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당사에 들렀지만 1시간동안 회의장 밖에서 기다려야 했다. 김 부총리는 3부 장관 해임안이 지난달29일 국회에서 부결됐지만 당에 사의표명 한마디 없이 30일에는 골프장에 나가 당직자들의 분노를 샀다는 후문이다.
당직자 회의는 임시국회에서 3부 장관 해임안을 부결시켰음에도 추가인책의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이 나왔고 3당 대표회담 등 가능한 모든 창구룰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왔다.
당직자 회의가 끝난 후 권익현 사무총장·이종찬 총무는 청와대로 올라갔는데 외무장관·안기부장 경질을 통보 받았다는 것.
하오 2시에 열려 2시간이상 끈 의원총회에 참석한 의원들은 거의 모두가 「정치적 결단」 이 조만간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무언의 합의」를 전제로 가슴에 품고 회의에 임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그래서 이날 의총에서는 인책이 구체적으로는 거론되지 않았지만 우회적·간접적 표현으로 내각의 책임·무능을 묻는 발언들이 나왔다.
의총은 당의 분투와 고통에 비해 행정부의 자세와 경제를 포함한 당면대책에 성의가 없고 무책에 가깝다는 질책이 쏟아졌다. 심명보 부총무는 각료들에게 『염치를 가르쳐야한다』고 했고 또 다른 의원은 『우리의 건의가 정부에 받아들여지지 않은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종인 의원은 사실상 어렵게 된 물가 한자리숫자 억제정책을 팽개치고 실업을 줄이고 경기활성화로 유도하는 경제정책의 대전환을 역설하고 『실물경제팀은 장 여인사건을 그들의 실책을 호도할 수 있는 기회로 악이용할 우려도 있다』고까지 비판했다.
권익현 사무총장·이종찬 원내총무 등은 이 같은 당 의사를 집약, 이날 하오 청와대로 올라가 청와대 막료진들과 수습책을 논의. 그리고 3일 아침 8시 당직자·국회상임위원장 연석회의를 열어 수습책을 재론했다.
민정당은 이어 이날 하오에는 정국의 경색을 풀고 초당적인 시국수습책을 마련키 위해 3당 3역 회의률 제의했으며 이 같은 모든 결과를 종합, 시국수습에 임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당의 이 같은 공식움직임과는 별도로 많은 의원들은 개별적으로 당직자들에게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고 나름의 수습책을 개진하는 움직임. 의원들은 △인책을 포함한 정치적 결단의 필요성 △유신의 해독과 잔재의 과감한 청산 △권력 주변의 정리 △당의 경직성 탈피와 국회의 권능회복을 통한 정치의 활성화 등을 주장했다.

<총재회견 높이평가>
민한당
2일의 유치송 총재 기자 회견으로 시국에 대처하는 당 의사를 일단 짐작한 것으로 간주하고 당분간은 회견에서 밝힌 내각인책과 대통령면담제의가 정부·여당에 의해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실천되는가를 관망하겠다는 태도다.
유한열 사무총장은 야당총재가 자신의 자리를 내걸고까지 말한 내용에 대해 정부와 여당은 성의를 갖고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며 칼자루를 쥐고있는 쪽의 태도를 주시하겠다고 말했다.
김현규 정책심의회의장도 정부·여당이 납득할만한 「성의표시」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민정당측이 제안한 3당 3역 회의를 그 첫 신호로 해석.
확실히 유 총재의 회견이후 당내 분위기가 일신되고 있다는 것이 당직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제까지 당 지도노선에 대해 불만을 표시해오던 당내 일부인사들까지도 자기책임아래 시국수습을 위해 전력투구해 보겠다는 총재의 「비장한 각오」표명을 평가하고 있어 총재를 정점으로 한 구심력이 재형성되고 있는 느낌이다.
당내 대부분의 인사는 회견내용의 강도나 수위에 있어 연초의 기자회견보다는 높은 것으로 평가하고있다.
최근 들어 당내일부에선 재야를 의식한·콤플랙스에 젖어 있었던 게 사실.
특히 최근에 있었던 재야인사 L씨와 K씨의 상사·회갑연 등에서 민한당의 위치와 자세에 관한 많은 지적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후부터 당내 일부 인사들은 과거와 같이 재야의 목소리는 점차 커지고 야당의 위치는 상대적으로 위축돼 가는 사태가 재현되지 않을까 우려를 했다는 것.
이런 때 총재가 『결연하게 할 얘기를 다 함으로써 고무·격려를 받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러한 당내무드도 시한성을 지닌 것.
한 소장의원은 정부나 여당이 야당의 요구를 일축해버리거나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을 때 당 지도부가 받게될 당 내외 압력은 엄청날 것이며 지도부에 대한 불신으로 조기전당대회 소집요구로까지 발전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공동보조 숱한 진통>
국민당
국민당은 처음부터 어떻게 야당답게 처신하느냐가 큰 과제였다.
결과적으로는 민한당과 공동보조를 취함으로써 야당대열에 섰으나 그 과정에서는 진통을 겪었던 게 사실이다.
이·장 부부사건이 본격화하자 김종철 총재는 한미수교1백주년 기념행사참석을 이유로 미국에 가버려 구심점 역할을 스스로 회피했고 「야당경험」이 없는 소속의원들의 자세도 처음엔 어정쩡했던 것.
국무총리 몇 장관 해임안에 대한 당론을 정하는 의원총회에서 일부의원들은 이만섭 부총재의 선도를 「무책임한 인기행동」으로 규탄했고 임시국회 폐회 직후 가진 의총에서는 이성일 의원 등이 노골적으로 반발, 밤2시까지 결의문을 누가 작성하고 발표하느냐의 문제로 다루다 결론 없이 헤어졌다.
2일 이 부총재의 기자회견에 앞서 열린 당무회의는 정원미달로 이 부총재의 견해를 당론으로 뒷받침해 주지 않았고, 이 부총재는 사견임을 전제한 회견을 했다.
한편 미국에 있는 김 총재는 신철균 사무총장에게 『꼭 돌아가야 할 급한 사정이 있으면 돌아가겠다』는 국제전화만 걸고 있다.
이처럼 총재 부재를 일종의 「기회」로 생각하고 뛴 이 부총재와 일부 소속의원들간에는 거리가 있었으며 국회 폐회 후의 수습책 마련이나 행동설정에도 당력이 집중되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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