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기획 고속도로 사고 많은 곳] "목적지 다 왔다" 방심하다 사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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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철을 맞아 고속도로가 붐비기 시작했다. 차량이 빨리 달리는 고속도로에선 순간의 방심이 큰 화를 부를 수 있다. 지난해 전국 고속도로 24개 노선에서 4941건의 사고가 나 502명이 숨지고 1만1123명이 다쳤다.

본지 취재팀은 6월 27일부터 열흘간 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와 함께 지난해 5건 이상의 사고가 발생한 전국 43개 지점(사고다발지점 + 준사고다발지점)을 돌며 현장을 점검하고 사고 원인을 분석했다. 취재 과정에 고속도로 본부순찰대와 부산.경기.강원.충남.경남 경찰청이 협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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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곡선보다는 직선 도로▶대도시가 인접한 상습 정체 지점▶목적지 부근에서 사고가 주로 났다. 사고 원인은 전방 주시 태만(70%), 과속(11%), 차로 급변경(7%) 순이었다.

고속도로 본부순찰대 정인철 경장은 "전체 사고 가운데 80%가량이 추돌사고"라며 "운전자가 사고다발지점을 미리 알고 조금만 대비하면 대부분의 사고를 충분히 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 곡선보다 직선이 위험=사고가 빈번한 43곳 가운데 절반이 넘는 23곳이 직선도로 지점이다. 급커브나 험한 오르막길에서 사고가 잦을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직선 도로에서 사고가 많았던 것이다. 이 직선 도로 지점 23곳의 대부분은 분기점, 나들목, 휴게소의 진.출입로나 톨게이트 부근이었다.

경부선 서울 방향 천안삼거리 휴게소 부근(지도 ④번). 직선 도로인 이곳에서 지난해 19건의 사고가 났다. 천안삼거리 휴게소와, 경부선.천안논산선이 만나는 천안분기점이 1㎞ 밖에 떨어지지 않은 게 문제. 분기점과 휴게소를 들락거리는 차량이 엉키면서 접촉 사고가 나고 있는 것이다.

충남경찰청 순찰대 정재성 경장은 "휴게소를 들어가는 운전자가 속도를 줄이지 않거나 분기점을 빠져나오는 운전자가 머뭇거릴 때 사고가 자주 난다"고 했다.

◆ 대도시 지날 때 주의해야=구마선 대구 방향 화원나들목 부근(⑨번). 톨게이트와 나들목이 붙어 있어 차들이 속도를 줄이고 차간 거리가 20m로 줄어든다. 지난해 이곳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13건이 모두 이같은 상황에서 벌어졌다. 경북경찰청 순찰대 서정묵 경사는 "서대구에서 화원까지는 통행료를 받지 않는 대구 도심 통과 구간이라 차량이 많이 몰려 사고가 빈발한다"고 설명했다.

상당수 사고다발.준다발 지역은 수도권과 부산.대구.대전.광주.마산.창원 등 도심 부근에 몰려 있다. 43곳 중 35곳이나 된다. 특히 마산.창원과 부산을 잇는 남해.남해지선.마산외곽.중앙.중앙지선 등에서 사고가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 목적지 다 와서=장시간 운전을 하고 목적지에 도착할 무렵이면 "다 왔다"는 안도감에 긴장감이 떨어진다. 실제로 목적지를 바로 앞둔 곳에서 사고가 많이 난다. 경부.남해.영동선 등 장거리 노선의 경우 목적지 부근 14곳에서 170여 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경부선 부산 방향 부산톨게이트 10여 ㎞ 전방과 서울 방향 서울톨게이트 8㎞ 전방 구간이 위험했다.

이곳에서는 졸음 운전과 적재물 낙하로 인한 사고가 적지 않았다. 부산경찰청 순찰대장 신경범 경감은 "목적지 부근은 마음도 짐을 묶은 끈도 느슨해지는 지점"이라며 "특히 목적지에 다 와 졸음을 참지 못해 사고를 내는 경우가 많으므로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공사 구간=전국 고속도로 가운데 9개 구간(187.3㎞)에서 확장 공사가 진행 중이다. 건설된 지 35년이 지난 경부선은 전체 연장의 35.7%(149㎞)를 뜯어고치고 있다. 대부분 갓길이 없고 커브가 심하며 중앙분리대도 고정돼 있지 않아 사고 위험이 크다. 실제로 사고가 빈번한 43곳 중 7곳이 공사 구간이다. 지난해 10건의 사고가 난 경부선 동대구나들목과 경산나들목 사이(○19번)도 공사 중이다.

◆ 노선별 차이=5건 이상의 사고가 발생한 지점이 한곳이라도 있는 고속도로 노선은 9개. 나머지 15개 노선에선 사고가 특정 지점에 집중되지 않고 여기저기서 조금씩 발생하고 있다. 서해안선과 중부선의 경우 전체 사고 수는 각각 5위(343건)와 7위(233건)지만 5건 이상 발생한 지점은 한 곳도 없었다. 호남선과 호남지선의 경우 서광주나들목(○22번)과 동광주나들목(○38번) 부근을 제외하고는 사고가 많이 나는 지점이 없었다.

◆ 탐사기획팀 = 양영유.정용환.민동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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