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품으로 불황을 이기자…"|여름상품 판촉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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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항상 계절을 앞서가던 업계가 올해는 시무룩해져 여름에 이끌려 가고 있다. 워낙 경기가 나빠 금년 여름장사를 특히 걱정하고 있다. 철이 바뀔 때마다 업계는 농부가 하늘을 보듯 한철경기를 기다린다. 장 여인사건이 여름의 길목에서 경기를 강타했지만 올해도 여름은 어김없이 성큼 다가섰고 여름장사에서 1년 장사의 대세가 판가름나는 업종은 그런대로 여름을 맞을 채비에 부산하다. 냉장고·선풍기 등을 선두로 가전 업계가 이미 5월 초부터 여름장사에 들어갔고 왕골제품·물놀이기구 등「시원한 여름」을 하나둘 진열하기 시작한 시중 백화점들은 6월 중순부터 정기바겐세일 등 본격적인 판촉행사를 벌이며 이밖에 청량음료·의류복지메이커·레저용품메이커들도 이번 여름을 헛되이 보내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까지만 해도『이번만은…』하고 제철경기에 기대를 걸던 분위기는 사라지고 작년수준만 유지하더라도 족하다는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여름이 여름 다와야 매기도 그런 대로일게 마련이므로 업계는 계속되는 불황 속에 날씨만이라도 제발 무덥길 바라고 있다.

<가전 업계>
그런대로 신제품개발도 활발해 가장 먼저 여름경기를 겨냥해 보고 있다. 이미 5월초부터 본격적인 여름 장사에 들어간 가전 3사는 모두 지난해보다 20%정도씩 매출목표를 늘려 잡고 있다.
전체 가전제품의 매출 중 냉장고 선풍기·에어컨 등 여름상품이 30%정도를 차지하고 있고 이중에서도 여름상품의 대종인 냉장고는 5∼7월에 연간 판매량의 조=80∼90%가 팔려 나간다.
가전제품의 경우 때맞춰 새로운 모델들을 내놓지 않으면 신규수요는 거의 늘지 않으므로 올해도 삼성은 냉동실을 냉장실로도 사용할 수 있는 냉동·냉장 겸용냉장고, 금성은 야채저장실을 따로 분리시킨 3도어 냉장고로 승부를 가름하고 있다.
냉장고는 지난해에 이미 각 가정의 보급률이 50%를 넘어서고 있어 각 사는 주로 중산층이하의 가정을 대상으로 판촉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선풍기 쪽에서도 새로운 모델들이 나와 있다. 삼성이 선풍기에도 윈격 조정 장치를 달아 이 달 초부터 시장에 폴 계획이고 또 의자생활을 주로 하는 생활양식에 맞게끔 1m까지 키를 높인 키다리형 강풍·약풍·미풍을 스스로 배합하는 컴퓨터선풍기 등을 새로 개발해 냈다.
혜성은 그들대로 어린이들이 선풍기 날개에 손을 대면 스스로 회전을 멈추는 안전선풍기, 1시간 가량은 앞으로 바람을 내다가 그후엔 뒤로 바람을 내는 역풍선풍기 등을 만들어 냈다. 에어컨은 아직 시장이 그리 넓지 않고 각 사가 모두 상당한 재고를 안고 있어 신제품 개발이 주춤한 편.
이밖에 계절에 관계없이 컬러TV의 절전경쟁이 계속되고 있어 삼성은 최근 42W(14인치)까지 전력소비를 떨어뜨렸고 올 들어 수요가 폭발적으로 일고 있는 VTR·전자레인지 등에도 업계는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2년 동안에 팔았던 물량의 2배가 넘는 VTR 7천대를 올 들어 만 4개월만에 거뜬히 팔았다.

<백화점>
3대 직영백화점 모두 6∼8월의 여름매출액을 지난해보다 20∼30%씩 늘려 잡고 있으나 실제는 그렇게 안 팔리고 있다.
백화점별로 스태미너 식품·모시의류 등의 여름 기획상품, 수영복패션쇼 등을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지만 연초부터 잇단 대형 사건·사고의 후유증으로 구매심리가 피어나지 않고 있다.
백화점에 따라서는 지금까지 연례행사로 굳어 왔던 여름철 정기바겐세일도 미루는 사태까지 있다. 바겐세일이 연간 4회로 제한되어 있는데 여름경기에 크게 기대할 것이 없으니 여름을 거르고 더 큰 대목인 연말·연시에 한번 더 하겠다는 것이다.

<청량음료>
날씨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다. 벌써 5월 들어 여름이 일찍 오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며칠째 무더위가 계속되자 5월 한달 동안 지난해보다 30%정도가 많은 약 6백만 상자 정도의 청량음료가 팔려 나갔다.
청량음료는 4∼8월 사이에 연간매출의 약 65∼70%가 팔리므로 여름더위가 시들했다가는 1년 장사 망친다.
한편 맥주업계도 피서철을 겨냥해 하이네켄·크라운생맥주 등 3백30ml짜리 작은 포장과 캔 맥주 생산에 주력하고 있으나 올 들어 4월말까지 맥주판매량이 지난해보다 약 10%줄어들었고 또 맥주소비패턴도 계절에 관계없이 연중 평준화해 가는 경향이 있어 여름장사에 그리 큰 기대는 걸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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