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말씀 다 들을테니” 김무성 “이름 같아 욕 먹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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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공무원단체로 구성된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와의 면담이 7일 국회 새누리당 대표실에서 열렸다. 왼쪽 사진 왼쪽부터 김 대표, 김학용·문대성·박명재 의원. 오른쪽 사진 왼쪽부터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 김명환 한국노총 공무원연금대책위원장, 류영록 공무원노조총연맹 위원장,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 [김성룡 기자]

끝장 토론을 예고했지만 30분 토론이 돼버렸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주제로 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공무원 노조 간 토론 얘기다.

 7일 오후 4시 양측은 국회 새누리당 대표실의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하지만 개혁안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에는 들어가지도 못했다. 시작부터가 살벌했다. 공무원노조와 전교조 등으로 구성된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이하 공투본)는 정해진 시간에 맞춰 회의장에 들어섰다. 하지만 “악수는 나갈 때 하겠다”며 김 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의원들이 내민 손을 거절했다. 공투본 오성택 공동대책위원장이 먼저 의자에 앉지도 않고 선 채로 발언했다.

 “김 대표가 ‘공무원에게 맞아 죽는 한이 있더라도 추진하겠다, 끝장 토론하겠다, 연내 처리하겠다’고 했는데 이 자리의 진정성에 의심이 간다. 사회적 합의 기구 구성, 연내 처리 방침, 법안 철회 등에 관한 의사를 명확히 해달라.”

 이 때부터 언쟁이 시작됐다.

 ▶김 대표=(자리에 앉으라고 권하며) “여러분의 마음을 잘 알고….”

 ▶공투본=(말을 끊으며) “오성택 위원장의 질문에 답해 달라.”

 ▶김 대표=“대화는 쌍방이 하는 거다. 일방적으로 답을 강요하는 건 의미가 없다.”

 ▶공투본=“ 김 대표가 언론을 통해 일방향 대화를 했다. 연내 처리 못박고, 법안 일방적으로 만들어졌다.”

 김 대표가 “무슨 말씀을 하셔도 다 들을 테니 한 분씩 말해 보시라”며 물러섰지만 공투본은 “입장을 먼저 밝히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김 대표는 “국회법 절차에 따라 사회적 합의 기구가 필요하다면 상임위 논의 과정에서 정할 수 있다”며 “연내 처리는 국회 선진화법 때문에 야당에서 반대하면 연내 처리가 안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법안 철회에 대해선 “발의한 지 얼마 안 돼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자 공투본에서 “수정은 할 수 있느냐”고 재차 물었다. 주호영 정책위의장이 “원안대로 통과되는 법은 많지 않다. 논의 과정에서 반영할 수 있는 건 반영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고성과 말 끊기가 반복됐다. 노무현 정부에서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내며 공무원연금 개혁을 추진했던 박명재 의원이 “후배 공무원들이 당 대표와의 첫 만남에서 대화의 기회와 방법을 찾을 줄 알았다”고 하자 “ 미사여구를 들으러 온 게 아니다”고 말을 끊었고, 박 의원이 “내 얘기를 들어보라”고 하자 “우리는 대표를 만나러 왔다”고 일축했다.

 결국 양측은 목소리를 높이다가 파행으로 끝났다.

 ▶한국교총 김무성 정책본부장=“김 대표와 이름이 같아 곤욕을 많이 치르고 있다. 욕을 많이 먹어 오래 살겠다고까지 한다. 사회적 합의 기구에 대해 상임위 차원이 아닌, 새누리당의 의지를 말해 달라. 그게 돼야 대화가 되든 안 되든 할 것 같다.”

 ▶김 대표=“사회적 합의 기구가 쌍방향 대화를 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드는 건데, 오늘처럼 일방적으로 얘기하는 분위기 속에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이 자리에서 사회적 합의 기구를 꼭 만드는 약속을 해 달라고 강요하면 답변할 수 없다.”

 김 대표의 발언이 끝나자 공투본은 “일어나자”고 한 뒤 회의장을 떠났다. 새누리당 권은희 대변인은 “사회적 협의 기구 구성은 상임위에서 여야가 합의해 만드는 것”이라며 “공무원들의 분노와 서운함을 이해하며, 관계자들과 대화의 끈을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는 논평을 냈다.

글=권호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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