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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텅 빈 대구 메디센터 … 8개 층에 치과 1곳 입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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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대구시 중구 동산동 대구메디센터 내부 모습. 입주하는 병원이 거의 없다 보니 건물 내부가 텅 비어 있다. 오른쪽 사진은 대구메디센터 전경.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대구시 중구 동산동 계산오거리에 가면 유난히 큰 건물이 눈에 띈다. 지상 19층에 전체 면적 1만6000㎡. 이름은 ‘메디센터’다. 지난 6월 문을 열었고 단일 건물로는 전국 최대 규모의 메디텔(의료관광호텔)이다. 대구를 의료관광 도시로 만들겠다며 2008년 시가 내건 ‘메디시티’의 랜드마크 같은 곳이다.

 문제는 메디센터 앞이 늘 한산하다는 점이다. 민간 사업자가 112억원을 들여 완공한 지 5개월이 지났지만 외국인 환자는커녕 이 곳을 둘러보는 외국인 관광객도 찾아보기 힘들다. 진료를 하는 의료시설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지난 4일 오전 메디센터 1층에 들어서니 편의점과 커피숍·약국 등이 보인다. 새로 지은 건물이어서 실내 분위기가 산뜻하다. 하지만 성형외과·피부과·치과 등 병원이 입점할 공간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12층에 들어서니 복도가 휑한 모습이다. 병원이 들어서야 할 곳이 텅텅 비어있다 보니 간판이나 상호도 전혀 없다.

 실내는 더욱 썰렁하다. 페인트칠을 한 곳도 있지만 시멘트 벽이 그대로 드러난 곳도 많다. 11층에 치과 한 곳이 영업하는 것을 제외하면 병원 입점 공간인 6∼13층이 모두 비어 있는 상태다. 이렇다 보니 의료 관광객용으로 만든 14∼18층 객실은 일반 관광객이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메디센터에 입점하려는 병원은 198㎡(60평) 기준으로 보증금 5000만원에 월 평균 240만원 정도를 임차료로 내야 한다. 한 점포 주인은 “대구를 찾는 외국인 환자가 많지 않고 이마저도 의료 관광객을 유치해온 병원들로 몰리다 보니 굳이 메디센터에 입주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 같다. 이 때문에 손님이 없어 우리도 죽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대구시는 의료관광 활성화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매년 10억원의 의료관광 홍보 예산을 확보해 베트남·러시아 등지로 가 현지 의료관광 여행사 관계자 등을 상대로 설명회도 열고 있다. 대구의 의료시설과 우수한 의료진도 알리고 있다. 의료 관광객이 오면 대구공항으로 나가 병원으로 안내하고 관광지를 소개하는 팀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실적은 변변찮다. 대구시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를 찾은 외국인 환자는 7298명. 지난해 국내 전체 외국인 환자 21만 명의 3.5% 수준이다. 이마저도 베트남·러시아 등지에서 유치한 건강검진 환자가 대부분이다. 성형수술이나 치아 치료 등 부가가치가 높은 환자는 많지 않다. 지난해 부산을 찾은 외국인 환자는 1만1022명으로 대구보다 많았다. 인천도 지난해 1만432명의 외국인 환자가 다녀갔다.

 메디센터가 제 역할을 못하자 대구시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우선 중구 노보텔호텔 건물에 있는 의료관광 통합안내센터와 의료관광진흥원을 메디센터로 옮기기로 했다. 대구시는 이들 의료관광 관련 시설이 메디센터에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홍보도 되고 병원들도 모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메디센터의 활성화가 메디시티 조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다양한 지원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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