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 근무 경력 있는 사람만 금융사 임원·감사 될 수 있게 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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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금융회사 근무 경력이 있는 사람만 금융사 집행임원이나 감사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관피아(관료+마피아)와 정피아(정치인+마피아)로 대변되는 ‘낙하산’ 인사의 금융권 진입을 제한하자는 취지에서다. 또 금융 산업정책은 지금처럼 정부가 맡되, 감독정책은 독립기구에 완전히 넘겨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역시 정치적 외풍을 줄여보자는 의도에서다. 이같은 주장은 ‘한국 금융의 쟁점과 향후 개혁 과제’를 주제로 6일 한국국제경제학회와 한국금융연구원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언급됐다.

 이날 세미나의 화두는 금융회사 지배구조와 감독체제 개편이었다. KB금융지주의 내분 사태를 통해 한국 금융의 부끄러운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문제의식에서다. 김태준 한국국제경제학회 회장은 “내분사태를 보면서 과연 우리나라 금융산업에도 미래가 있을까하는 의구심을 억누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제발표에 나선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낙하산 인사를 막는 방안으로 집행임원이나 감사가 되려는 사람에게 ‘3년 이상 금융회사 근무 경력’을 요구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또 모회사의 주식을 일정량 이상 갖고 있으면 자회사의 불법·부정행위에 대해 직접 소송을 제기할 수있는‘다중대표소송제’의 도입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래야 KB금융의 주주가 자회사인 국민은행을 직접 견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감독기구 개편론도 제기됐다. 김동원 고려대 교수는 “금융위원회의 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에 넘기고, 독립적인 합의체로 운영되는 ‘금융감독위원회’가 감독정책을 총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위가 정책과 감독을 동시에 관장하면서 금융감독원과 갈등이 잦아졌고, 정치적 압력으로부터도 취약해졌다는 판단에서다. 또 금융감독위의 산하에는 건전성을 감독하는 금융감독원과 별개로 소비자에 대한 영업행위를 감독하는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둘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금융위원회의 정찬우 부위원장은 기조연설에서 “KB금융 사태의 상당한 책임이 이사회와 사외이사에 있다”면서 “금융업이 고객 신뢰를 기반으로 안정적으로 성장하려면 경영진의 독단을 견제할 수 있는 지배구조가 정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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