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의 혼, 자식의 장기, 양택조 3대가 빚는 연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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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 “3대가 이 연극에 참여하네요. 부친(故 양백명 선생)께서 희곡을 쓰고 연출을 하셨고 아들(양현석)의 간을 이식 받았으니 연극 ‘안중근과 이등방문’은 결국 우리 집안 3대가 참여하게 되는 것이지요” 간경화로 죽음의 고비를 맞았다가 외아들의 간이식을 받고 건강을 회복한 중견 연기자 양택조는 8월 11~15일 경기 고양시 어울림극장에서 무대에 올려지는 ‘안중근과 이등박문’(연출 조명남)의 연습 현장에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이 연극에서 고종황제 역할을 맡은 양택조는 가족의 반대를 무릎쓰고 연극 연습에 열을 올리는 이유에 대해 연기자의 존재 이유는 연기이기 때문이라는 명쾌한 이야기로 대답한다. 무리인줄 알지만 다행스럽게 의사가 “해도 된다”고 해 출연을 결심했고 연습을 할 때에는 힘이 난다고도 했다. 을사조약과 안중근의사의 이토 히로부미의 저격 사건등이 작품의 주된 내용으로 민영환선생과 이준 열사의 삶도 함께 다뤄진다. 박근형 최길호 등 중견 탤런트들이 함께 출연한다. 양택조는 지난달 연극 제작발표회장에서 “독도문제, 역사교과서 왜곡문제, 신사참배 문제 등 일련의 사건을 지켜보면서 이 연극을 통해 젊은이들에게 일본에 대한 경감심을 일깨워 주고 싶다”고 이 연극의 의미를 설명한 바 있다. ‘안중근과 이등방문’은 양택조의 말처럼 양택조의 선친과 자식이 있었기에 무대에 오를 수 있는 연극이다. ‘안중근과 이등박문’은 연출가이자 배우였던 故 양택명선생이 희곡과 연출을 맡아 1955년 서울 동양극장에서 ‘침략자 이토 히로부미’라는 제목으로 상연됐으며 본인이 직접 고종황제로 출연했다. 이번에 양택조가 맡은 배역도 선친이 맡은 고종황제역이어서 의미가 남다르다. 그리고 양택조가 이번 연극무대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외아들 형석씨(36)가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형석씨는 간경화로 위험한 고비를 맞을 때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간의 일부을 아버지에게 기증해 아버지의 새로운 삶을 열게 한 장본인이기때문이다. 양택조는 수술직후 가진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어떤 아버지가 아들의 간을 기증받아 수술하고 싶겠어요. 처음에 반대했지요.하지만 아들의 뜻이 완고해 수술을 받았어요. 아들 힘으로 살아났으니 더 열심히 살아야지요”라고 말했다. 형석씨 역시 “아들이면 누구나 아버지가 힘들때 저같은 결정을 했을 것이다”고 겸손해 했다. ‘안중근과 이등박문’은 그야말로 양택조, 그리고 양택조 부친의 영혼과 아들의 육신의 일부가 참여해 가능한 연극이다. 그 3대가 빚어내는 연극을 보면서 우리의 역사의식과 가족의 사랑을 느끼는 것도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 기사제공: 마이데일리(http://ww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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