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m 높이의 부처 그림 본적 있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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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에서 유명한 ‘해남 미황사 괘불제’의 주인공인 ‘미황사 괘불’은 조선시대 불화로 높이가 무려 11.7m, 폭이 4.86m다. 그 앞에 직접 서면 웅장한 규모에 압도당할 정도다. 부처를 그린 걸개그림인 미황사 괘불은 보물 1342호. 미황사 주지 금강스님이 이 그림과 미세한 자국까지 똑같이 그린 형제그림을 갖고 서울로 올라왔다.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에서 11일까지 전시 중이다.

미황사 괘불 앞에 서면 마치 김제 금산사 미륵불 앞에 서는 느낌을 받는다. 고개를 바짝 들어야 볼 수 있을 만큼 압도적인 규모다. 가까이 가서 보면 “이게 모사작”이 맞나 싶을 만큼 정교하다. 아주 작은 자국, 머리카락 같은 흔적까지도 원작과 똑같이 그려 놓았다. 불교 미술을 전공한 9명의 연구원이 무려 3년에 걸쳐 완성한 작품이다. 게다가 크기도 원작과 똑같은 1대1이다.

미황사 주지 금강스님은 “9명의 연구원들은 괘불의 안료분석과 적외선 촬영, 디지털 현미경 촬영 등 과학적 조사방법을 토대로 원본의 재료, 형태, 도상 뿐 아니라 오염 박락 손상부분 등 현재의 모습을 그대로 원형 모사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단순한 모사 복원의 의미가 아니라 불교종립 동국대 출신의 석ㆍ박사과정 연구자들의 재능과 과학적 보존기법이 총 동원돼 현존 회화문화재 보수정비의 기술적 수준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전시다. 단순한 모사품이 아니라 옛것을 그린 현대 불교미술 작품을 만나는 느낌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미황사 괘불을 비롯해 천불도 25점, 포벽나한도 13점, 단청문양도 114점 등 153여 점을 만날 수 있다.

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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