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안타 서건창 vs 30홈런 나바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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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창과 창의 대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KS)에서 맞붙는 삼성과 넥센의 승부를 한 마디로 말하면 이렇다.

 두 팀은 4일 대구에서 열리는 1차전을 시작으로 7전4승제의 시리즈를 벌인다. 올해 포스트시즌(PS) 8경기에선 모두 선취 득점을 올린 팀이 승리했다. 그래서 두 팀의 1번타자인 나바로(27·삼성)와 서건창(25·넥센)의 방망이에 눈길이 쏠린다.

한국시리즈에서는 넥센 서건창(왼쪽)과 삼성 나바로가 공격의 첨병 역할을 맡는다. 최다 안타 1위에 빛나는 서건창이 전통적인 1번타자에 가깝다면 나바로는 한 방을 갖춘 신개념 1번타자다. 두 선수 모두 2루수로 수준급 수비 실력도 갖고 있다. [중앙포토]▷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나바로는 장타력을 갖춘 신개념 1번타자다. 올 시즌 홈런 31개(5위)를 기록하며 98타점(9위)을 올렸다. 다른 팀이라면 당연히 중심타선을 맡을 성적이다. 그러나 류중일 삼성 감독은 지난해 1번타자로 활약한 배영섭(28·경찰청)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나바로를 낙점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그는 1번타자의 덕목인 출루 능력이 빼어나다. 타율은 0.308(31위)에 그쳤지만, 4할이 넘는 출루율(0.417·12위)을 기록했다. 볼넷 96개를 골라 박병호(28·넥센)와 함께 공동 1위에 올랐다. 선구안이 뛰어나다는 뜻이다. 도루 25개를 기록한 발도 수준급이다.

 서건창은 전통적인 1번타자 유형에 가깝다. 201안타를 쳐 프로야구 단일 시즌 최다안타 기록을 갈아치웠다. 타율 0.370으로 타격왕에도 올라 강력한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후보로 떠올랐다. 볼넷(59개)을 골라 출루하기보다는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공략해 활로를 뚫는 유형이다. 도루 능력은 나바로보다 한 수 위다. 올 시즌 48개로 3위에 올랐다. 서건창이 출루해 상대 배터리를 흔들고, 박병호와 강정호(27)가 버티고 있는 중심 타선에서 해결하는 것이 넥센의 승리 공식이다.

 삼성은 올 시즌 1회 선두타자가 출루했을 때 32승11패(승률 0.744)를 기록했다. 시즌 승률(0.624)에 비해 월등히 높다. 넥센도 서건창이 1회에 살아나갔을 때 승률이 0.729(35승13패)나 된다. 양팀 투수들이 어떻게 나바로와 서건창의 출루를 저지하느냐가 초반 분위기를 좌우할 전망이다.

 대포 전쟁도 관심을 끈다. 극심한 타고투저 현상을 감안해도 삼성과 넥센 타선의 파워는 가공할 만 했다. 넥센은 팀홈런 199개로 1위에 올랐고, 삼성은 161개로 뒤를 이었다. 그 중에서도 핵심은 이승엽(38·삼성)과 박병호다. 이승엽은 올해 32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장타력을 뽐냈다. 그는 2002년 KS 7차전과 베이징 올림픽,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단기전에서 인상적인 홈런을 자주 때려냈다. 류중일 감독은 “2012년은 이승엽이 잘해서 쉽게 이겼고, 지난해는 그렇지 못해서 어렵게 이겼다. 이승엽이 키 플레이어”라고 말했다.

 박병호는 3년 연속 홈런왕에 오른 최고 거포다.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국가대표 4번타자’까지 꿰찼던 그는 올해 52개의 공을 담장 너머로 보냈다. 이승엽의 최다 홈런(2003년 56개)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박병호의 파워는 자타가 인정한다. 이승엽도 “박병호야말로 내 기록에 도전할 수 있는 선수”라며 치켜세웠을 정도다.

 박병호는 LG와의 플레이오프에서 15타수 5안타를 기록했지만 홈런과 타점은 하나도 없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큰 것도 좋지만 정확한 타격에 집중하라고 요구했다. 타이밍이 맞다 보면 홈런도 나올 것”이라고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1·2차전이 열리는 대구구장과 3·4차전이 열리는 목동구장은 펜스까지 거리가 짧아 홈런이 많이 나오는 편이다. 두 선수의 장타력이 빛날 수 있는 무대다.

 1차전 선발은 밴덴헐크(29)와 밴헤켄(35), 두 외국인 투수가 맡는다. 밴덴헐크는 정규시즌 25경기에 등판해 13승4패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과 탈삼진(180개)에서 1위에 올랐다. 1m96㎝의 큰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최고 시속 155㎞ 강속구가 주무기인 오른손 정통파다. 20승으로 다승왕에 오른 밴헤켄은 정반대 유형이다. 왼손투수인 밴헤켄은 최고 구속은 140㎞ 중·후반이지만 정교한 제구력이 돋보인다. 특히 낙폭이 큰 포크볼을 던져 타자들의 헛스윙을 유도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승부처에 등판하는 셋업맨과 마무리 대결도 흥미롭다. 넥센은 10명의 투수만으로 KS에 나선다. 필승 계투조가 공고하게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홀드왕 한현희(21)와 세이브왕 손승락(32)이 고정된 마무리 없이 더블 스토퍼로 뒷문을 책임진다. 조상우(20)의 역할도 중요하다. 삼성은 12명의 투수로 물량 공세를 편다. 아시안게임 대만과의 결승전 히어로 안지만(31·홀드 2위)이 등판한 뒤 세이브 2위 임창용(38)이 경기를 마무리한다.

대구=김효경·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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