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유회 대신 운동회로 직장친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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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 진달래·개나리가 어우러지고 먼산에 아지랑이가 손짓하는 4월은 나들이의 계절-. 야외의 화창한 날씨와 신선한 바람이 젊은 샐러리맨들을 유혹한다. 자연 속에서 하루를 보내며 업무를 잊고 겨우내 도심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훌훌 털어낼 일을 생각만 해도 마음이 들뜨게 마련이다. 그러나 올해 각 기업들의 야유회 계획은 샐러리맨들의 기대만큼 화려하지 못한 것 같다. 이같은 사정은 심각한 불황의 여파에서 오는 것이기도 하지만 회사들 나름대로 보다 건전하고 효과 큰 오붓한 행사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쌍용그룹은 그룹전체를 9개 팀으로 나눠 지난 3일부터 축구·야구·탁구 등 3개 종목을 놓고 풀리그 예선전을 벌이고있다.
경기날짜는 1주일의 일과가 끝나는 토요일 하오와 일요일로 하고 결승전은 6월15일로 잡았다. 이 운동회엔 회사 직원들뿐만 아니라 가족들까지 동원돼 치열한 응원전을 벌인다. 풀리그를 벌이기 때문에 평소 친숙치 못한 타부서 동료들을 몸과 마음으로 부딪칠 수 있어 야유회 때보다 훨씬 더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것.
지난해까지만 해도 부서단위로 봄철 야유회를 가졌던 것이 올해부터 운동회로 바뀐 것은 지난달 사보 좌담회를 통한 제안이 채택되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경우도 부서간의 사정에 따라 봄철 야유회를 다녀오기는 하지만 2년 전부터 사원 상조회인 성전회가 봄철 체육대회를 주선하면서 사원들의 관심이 야유회보다 체육대회 쪽으로 쏠리고있다.
VTR사업본부·컬러TV사업본부·가전사업본부 등 8개 팀으로 나눠 대결하는 운동회는 이달부터 매주 토요일을 이용, 예선전을 거친 뒤 6월 15일 결승전을 벌인다.
축구·야구·테니스 등 3개 종목에서 상금과 트로피를 놓고 격돌하는 이날 결승대회에는 회사중역과 사원들 가족까지도 참석, 응원전을 벌인다.
대우그룹도 그룹전체의 결승전은 없으나 부서별로 운동경기를 벌이고있다.
회사측이 꼭 야유회 대신 운동경기를 갖도록 권유하고있진 않는데도 각 부서가 스스로 총전의 먹고 마시는 스타일의 야유회에서 탈피, 배구와 축구경기를 벌이거나 등산 등 스포츠의 성격을 띤 야유회를 택하고 있다는 것.
이밖에 애경유지·일신제강,삼보증권 등 비교적 종업원 수가 적은 회사들은 전사원이 한날 한자리에 모여 거사적인 운동경기를 벌이고 있다.
애경유지의 경우 지난 17일 종업원 2백50명이 모두 회사운동장에 가족을 동반해 모여 운동회 겸 친목회를 가졌다. 이날 행사는 배구·탁구경기뿐만 아니라 바둑·장기대회까지 개최, 종업원들이 숨은 실력을 겨뤘다.
최근 많은 회사에서 야유회 대신 직원운동회가 유행하게 된 것은 경영합리화의 일환으로 각종 경비를 절감한 탓도 있지만 운동회를 통해 각자의 건강을 확인하고 동료 직원들간에 친목과 단결이 굳어진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야유회를 가려면 장소를 물색하고 차량을 전세내는 등 번잡한 준비가 필요하지만 운동회는 일과 후 겉옷만 벗으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기 때문에 더 호응이 크다는 것이다.
더구나 가족들도 가벼운 마음으로 운동장에 나와 자기 팀을 응원함으로써 회사에 대한 애착심도 키워간다는 것이다.
J모직 판매부에 근무하는 박노일 씨 (27)는 운동경기를 통해 타부서 동료들과 안면을 익히고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고 말했다.
박 씨는 지난 17일 평소 업무관계로 트러블이 잦던 관리본부와 야구경기를 가진 뒤로 부서간의 관계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흐뭇해 했다.
박 씨는 운동경기가 끝난 후 서로 둘러앉아 맥주간을 돌리다보면 1주일의 피로가 말끔히 가셔지며 근무의욕이 되살아나는 것 같다면서 야유회보다 운동경기가 훨씬 좋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한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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