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해진 '꾀병 단속' 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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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지난 3월 검찰의 엉터리 산재환자 단속 이후 울산지역 산재환자가 급속히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근로복지공단 울산지사에 따르면 2월 말 3371명이던 산재환자가 검찰 단속 3개월 만인 6월 말 현재 2880명으로 14.5%(491명) 줄었다. 최근 3년간 계속 증가하던 산재환자가 감소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줄어든 환자 가운데 현대자동차.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 등 울산지역 3대 대기업이 차지하는 숫자가 301명(61%)이나 됐다.

이 가운데 현대자동차의 경우 2월 말 1085명이던 것이 석 달 만에 902명으로 183명이 감소했고, 이 중 엉터리 환자 논란이 많은 근골격계 질환자가 절반이 넘는 93명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기업은 산재 요양 중 연봉이 평균 4500만~5500만원 선으로 일반 근로자보다 10% 이상 더 많아 종업원들이 요양에 들어가고 싶어하는 유혹에 빠지기 쉬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엉터리 산재환자를 수사했던 울산지검 노정환 검사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검찰 수사 이후 자발적으로 산업현장으로 복귀하는 근로자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그동안 공단 직원들이 요양 기간 연장을 요구하는 근로자들의 위협 때문에 근무하기가 무서울 정도였으나 검찰 단속 뒤 자발적으로 퇴원하겠다는 사람이 크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또 근로복지공단이 전국 46개 지사 가운데 처음으로 울산지사에 상근 자문의사 1명을 두고 허술했던 요양 승인.연장 심사를 엄격히 한 것도 산재환자 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근로복지공단 울산지사 이종주 보상부장은 "최근 3개월 사이 환자 수가 500명가량 줄어듦에 따라 기업부담 산재보험료가 연간 200억원 절감되는 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런 감소 추세가 이어질 경우 연말까지 산재환자가 1000명가량 줄어 기업부담 산재보험료 절감효과가 400여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울산지검은 지난 3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엉터리 산재환자 단속에 나서 4명을 구속하고 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아파서 일을 할 수 없다"며 산재 요양에 들어가 휴업급여를 꼬박꼬박 챙기면서 대리운전 회사나 자동차매매상사 등에 취업한 것은 물론 유흥주점과 중국음식점.횟집 등을 차려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울산=이기원 기자

◆ 근골격계 질환=장기간 같은 작업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목.허리.팔 등의 부위가 아프거나 마비되는 직업병. 민주노총 등이 노동운동의 일환으로 산재에 집중적인 관심을 가진 2000년부터 근골격계 질환 산재환자가 급증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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