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저가 스마트폰에 맞서라 … 출동, A특공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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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미·레노보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주춤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시장 점유율 회복을 위한 카드를 꺼내들었다. 저가폰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양은 좀 처지지만 세련된 디자인으로 차별화하고 가격 경쟁력을 보완한 제품들을 일제히 출시키로 한것이다. 결과물은 ‘갤럭시 알파(Alpha)’로 가능성을 확인한 보급형 모델 ‘A 시리즈’ 3총사(A3·A5·A7)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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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달부터 출시되는 A 시리즈가 첫 선을 보이는 곳은 중국과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등 중앙 아시아 국가다. 프리미엄 제품 수요가 비교적 적은 개발 도상국에서부터 소비자 반응을 확인하겠다는 전략이다. 가격도 개도국 소비자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35만~50만원 대로 맞췄다. 제품 가격이 320달러(약 33만5000원)인 샤오미의 전략 모델 ‘미4’와 비슷한 수준이다.

 A 시리즈는 갤럭시 알파의 디자인을 그대로 가져왔다. A3·A5·A7 모두 플라스틱 테두리가 아닌 ‘풀메탈 일체형’ 스마트폰이다. 갤럭시 알파(출고가 74만8000원)는 삼성 제품으로는 금속(메탈) 테두리를 처음으로 적용하고, 제품 두께도 국내 스마트폰 가운데 가장 얇은 6.7㎜로 만드는 등 디자인에 신경을 쓴 모델이다.

 세련된 디자인과 가격 경쟁력에 ‘마케팅 포인트’를 두는 대신, 제품 사양은 갤럭시 노트4에 비교해 한 단계 낮췄다. 얇은 디자인을 유지하기 위해 배터리는 스마트폰과 완전히 결합된 일체형으로 내놓는다. 스마트폰의 ‘두뇌’라 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에서도 64비트 2.7 기가헤르츠(㎓) ‘엑시노스7 옥타’ 대신 퀄컴의 중저가 칩을 쓰기로 했다. 디스플레이는 갤럭시 노트4에 탑재된 쿼드HD(1440×2560)가 아닌 풀HD(1920×1080)나 HD(1080×720) 화면이 주로 사용된다.

 A3·A5·A7 가운데 가장 먼저 출시되는 제품은 A5다. 또 갤럭시 A 시리즈 가운데 맏형격인 갤럭시 A7의 경우, 적어도 중국에서는 풀HD 해상도를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나라에 비해 큰 화면에 선명한 화질을 선호하는 중국 소비자들을 고려한 조치다.

 중국 내 광범위한 유통망도 샤오미·레노보를 꺾기 위한 ‘비밀 병기’다. 대리점 등 오프라인 기반이 약한 중국 로컬 업체들을 따돌리기 위한 전략이다. 삼성은 1992년 한·중 수교 직후부터 중국 대도시뿐만 아니라 서부 지역에까지 ‘즉시 생산, 즉시 판매, 즉시 배송’이 가능한 물류·유통체인을 구축해왔다. 유통망을 통해 차이나 텔레콤 등 이동통신사에 스마트폰 판매를 기대지 않고, 중국 곳곳에 위치한 삼성 매장에서 현장 구매를 유도한다는 계산이다. 온라인으로만 제품을 판매하는 샤오미의 ‘통판제(通販制)’와는 정반대의 방향이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은 1990년대부터 TV와 휴대폰을 판매하기 위해 중국에 유통체인(chain)을 구축해 고급형 스마트폰을 출시했을 때 애플에 비해 훨씬 더 유리한 상황에서 출발했다”면서 “이통사 말고도 삼성은 자체 유통망을 통해 작은 시골 마을에서 베이징, 상하이와 같은 대도시까지 소비자들과 접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 시리즈 출시로 보급형 라인을 정비함에 따라 삼성전자는 국가 별 특화 모델 등 수십종에 달하는 중저가 스마트폰 모델 수도 크게 줄일 계획이다. 한 이동통신업체 관계자는 “시장에서는 올 2분기 삼성전자 실적 악화의 한 요인으로 스마트폰 재고 관리 실패를 꼽았다”면서 “모델 수가 줄면 마케팅과 재고 관리가 쉬워진다”고 설명했다.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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