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경찰병원서 질산 유출 … 환자 100여명 대피 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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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병원 질산 유출, 환자 대피 소동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 있는 국립경찰병원에서 검사용 질산이 누출돼 환자 400여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송파소방서에 따르면 29일 오전 9시 40분쯤 국립경찰병원 2층 병리과 검사실에서 검사용 질산 1L가 누출됐다. 남문현 송파소방서장은 “폐기용 질산을 보관하던 용기가 터지면서 담겨 있던 질산 7L 중 1L 가량이 연기 형태로 유출됐다”며 ”9시 50분쯤 누출 현장을 봉쇄하고 질산 누출 부분에 모래를 덮는 등 제독작업을 마쳤다“고 말했다.

환경청 검사 결과 오후 12시 30분 기준 경찰병원의 대기 중 질산 농도(1.5ppm)는 허용농도(2ppm) 미만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기 중 질산농도가 2ppm 이상이면 폐조직 손상 등의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이 사고로 오전 9시 40분부터 오후 2시까지 입원환자 100여명, 외래 환자 300여 명 등 환자 400여명이 병원주차장과 응급실로 대피했다. 갑작스런 누출 때문에 병원 본관의 환자이송용 엘리베이터 3대에 수십 명의 환자가 몰리며 혼잡을 빚었다. 일부 환자가 원무과로 몰려가 즉시 퇴원을 요구하면서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병원 관계자는 "이전까지는 희석에서 쓰던 질산 검사액은 모두 폐수로 처리했으며 직접 폐기용 용기에 옮긴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당시 질산을 폐기용 용기에 옮겼던 최은경 병리과 의료기사는 "35L들이 폐기용 용기에 보관 중이던 질산 7L를 부은 후 용기 뚜껑을 발로 밟아 밀봉했다"며 "약 1분 후 펑하는 소리가 나서 달려가 보니 뚜껑이 열려있고 주황색 연기가 났다"고 설명했다.

누출된 질산은 2011년 병원에서 임상검사용으로 구입한 제품이다. 하지만 2013년 중순쯤 질산 대신 다른 시약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구입한 10L 중 7L를 밀봉 상태로 보관하고 있다 이날 오전 전량 폐기처분하기로 결정하고 처리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난 것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취급 소홀 여부에 중점을 두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조혜경 기자 wiselie@joongang.co.kr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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