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 개도국…부도가 늘고있다|돈꾸기 어려워지는 국제금융시장의 속사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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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돈을 빌어 쓴 후 제때 갚지 못하는 나라들이 크게 늘어나 국제금융시장을 바짝 긴강시키고 있다. 큰 돈을 꾸어주고 물린 은행들은 전전긍긍이다. 부도를 처리하고 거래를 끊든지 아니면 상환기일을 다시 연기해주는 수 밖에 없는데 대부분 울며 겨자먹기로 상환연기쪽을 택하고 있다.
작년말 현재 상환기일을 넘긴 차관은 ▲폴란드의 49억달러를 비롯 ▲터키 43억8천3백만달러 ▲루마니아 35억4천만달러 ▲니카라과 7억6천2백만달러 ▲자이레 5억l천7백만달러 ▲수단 5억3백만달러 ▲파키스탄 1억8천6백만달러등 모두 25개국에 약2백억달러에 달한다.
차입규모가 워낙 방대해진데다가 국제금리가 비싸져 차관국들은 원리금상환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최근에는 산유국들의 자금사정이 나빠져 돈을 꾸는 것 조차 타이트해질 전망이어서 국제금융 전문가들은 부도내는 나라가 더욱 늘어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차관의 상환불이행 문제는 폴란드사태를 계기로 심각한 양상으로 클로스업 되었다.
폴란드가 서방은행들로부터 꾼돈을 1달러 짜리로 이어놓으면 지구를 57번도는 거리가 된다. 금액으로는 약3백억달러.
폴란드에 돈을 꾸어준 서방은행은 자그마치 5백1개나 된다.
돈을 가장 많이 꾼 나라는 브라질. 꾼돈을 전부 펴서 놓으면 지구를 거의 덮을 수 있는 규모다.
브라질 차관잔액은 중장기만 따져 80년말 현재 5백50억달러.

<한국도 2백10억불>
연간수출에 대한 차관(1년이상짜리)원리금의 상환비율을 나타내는 「데트·서비스·레시오」(부채비율)는 무려 55%에 달하고 있다. 1년에 번 외화의 55%를 빚갚는데 써야 하는 것이다.
한 때는 60%룰 넘었었는데 약간 개선된 것이 그렇다.
부채 비율이 20%를 넘으면 일단경계대상이 되는 것이다.
단기를 제외하고 중장기만 따져 개발도상국들이 빌어 쓴 차관은 81년말현재 5천2백40억달러.
이것은 10년전(71년)에 비해 약7배나 늘어난 것이다.
이중 약60%를 13개국에서 빌어갔다. 10개국을 차관규모순서로 보면 (80년말현재) ▲브라질 5백50억달러 ▲멕시코 4백20억달러 ▲한국 2백10억달러 ▲스페인 l백80억달러 ▲알제리 l백80억달러 ▲인도네시아 l백70억달러 ▲인도 1백70억달러 ▲유고슬라비아 1백50억달러 ▲터키 1백50억달러 ▲아르헨티나 l백40억달러 ▲베네셀라 1백30억달러 ▲이집트 1백30억달러▲이스라엘 1백30억달러. 합계는 2천7백20억달러.
이밖에 나머지 1백37개국이 모두 1천8백40억달러를 꾸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개발도상국가운데 석유가 나지 않는 측 비산유개도국들은 전체수출액수의 45%를 원유수입 및 차관이자상환에 쓰고 있는데 차관이자만 15%를 훨씬 넘고 있다.
차관에 대한 이자부담이 이렇게 급격히 즐어난 것은 부채증대와 이자율의 상승 때문이다.
차관이자율은 지난72년까지만 해도평균 6%선이었는데 81년에는 11%로 높아졌다.
IBRD(세계은행) 차관등 고정금리는 크게 오르지 않았으나 국제금융시장에서 꾸는 돈에 적용되는 유동금리는 72년의 8∼9%에서 81년에는 18%선으로 껑충 뛰어 올랐다.
자금수요는 많고 조건 좋은 공공차관의 재원은 달리기 때문에 금리가 비싼 일반상업금융차관의 비중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가장 외화를 많이 짊어진 13개국들은 차관의 70%가 민간(상업)차관이다.
이자가 비싸고 상환기한이 짧은 상업(민간)차관규모가 그렇게 많아졌다는 것은 상환부담이 그 만큼 무거워 졌다는 것을 뜻한다.

<단기차관 늘어나>
더구나 민간차관의 75%정도가 유동금리를 적용받고 있어 요즘의 고금리시대에는 타격이 더욱 크다.
13개 대규모 차입국이 수용해서 벌어들인 외화의 18%를 이자갚는데 쓰고 있다는 사실은 차관의 이자조건이 얼마나 악화했는지를 말해주는 것이다.
수출수입에 대한 이자지급 비용은 73년까지만해도 6%에 머물렀었다.
국제금융시장 에서는 OPEC(석유수출국기구)가 가장 큰 전주이지만 실제 장사는 미국은행들이 좌우한다. OPEC로 쏟아져 들어간 오일 머니는 주로 미국계 은행으로 흘러들어 갔다가 국제금융 시당으로 환류되는 유포과정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고금리로 불황은 겪고 있지만 톡톡히 이자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OPEC들의 석유수입보다도 미국은행들의 이자수입이 더 많다고 꼬집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작년에 개도국들이 미국은행들로 부터 꾸어간 돈은 무려 9백억달러로 추정된다.
미국연방준비은행(이사회)이 돈을 못받는 사태가 있을 것을 우려해서 나라별로 차관제공에 간여하기 시작했던 75년에 비해 3배로 늘어난 규모이다.
81년9월말 현재 미국은행들이 해외로 꾸어준 돈(잔액)을 보면 ▲중남미 6백10억달러 ▲유럽지역 l천7백40억달러 ▲아시아지역 5백30억달러 ▲중동OPEC 2백30억달러 ▲아프리카 40억달러등으로 3천2백억달러에 달한다.
나라별로는 영국의 6백86억달러가 가장 많고 일본 2백80억달러, 멕시코 2백억달러, 브라질 l백76억달러, 서독 l백27억달러의 순이다.
한국은 미국은행등으로부터 85억달러를 빌어왔다.
미국은행들이 꾸어준 3천2백억달러(81년9월말 현재) 가운데 62%인 1천9백80억달러는 서방공업국들이 갖다 쓴 것으로 못받을 우려는 전연 없다.
라틴아메리카 및 남미지역경제가 취약한 나라들에 대한 미국은행들의 차관은 최근들어 크게 둔화되고 있다.
폴란드사태가 큰 충격을 준것이지만 동구 여러나라들의 국제수지사정이 악화돼 은행 스스로 더 이상 물려둘지 않으려고 자제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중남미지역에 대해서도 차관을 회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6억달러를 꾸어간 코스타리카는 작년6월 상환기일을 연장해 달라고 요구한바 있고 니카라과도 이미 상환연기조치를 받았다.
그밖에 8개국이 작년에 차관의 상환을 연기받은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중 7개국은 아프리카지역이고 너머지는 파키스탄이다.

<미는 돈장사로 재미>
볼리비아도 경제적어려움이 심해 외채상환이 여의치 않다.
미국은행들은 지역적인 연관성 때문에 그랬겠지만 특히 중남미지역에 많이 몰려 있다.
멕시코·브라질을 비롯해서 베네쉘라·아르헨티나등이 1백∼2백억달러씩 물린 나라들이다.
물론 이렇게 꾸어준 돈이 모두 부실채권이 되는 것은 결고 아니다.
제 때 받지못하는 사태가 더 늘어날까 걱정하는 것 뿐이다.
한 은행중역은 폴란드에 꾸어 주었다가 상환연기해준 수십억달러의 돈이 실제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면서 제 때 상환받지 못하는 돈이 많아지는 것은 우려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어쨌든 국제금융시장은 점점 아슬아슬해 지고 있다. <이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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