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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동영상, 고도의 전략인가, 스톡홀름신드롬인가

중앙일보

입력

고도의 전략인가, 스톡홀름신드롬인가.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 국가(IS)’가 공개한 새 동영상이 서방 정보당국을 당혹하게 하고 있다. 지난 8월 이후 4명의 인질을 무자비하게 참수한 동영상에서 보여준 기존 선전전과는 다른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그 동안 IS의 동영상에 등장한 서방 인질들은 모두 수염을 기른 채 주황색 죄수복 차림으로 등장했다. 지난달 공개한 동영상에 나온 영국인 기자 존 캔틀리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그는 “우리는 미국 정부와 IS 사이에서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말해 IS의 압력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지난 27일 공개된 영상에서 캔틀리는 말끔하게 수염을 다듬은 검은 셔츠 차림이었다. 태도도 편안하고 자유로웠다. 그는 방송 기자가 현장 상황을 전달하듯 서방 언론의 보도를 반박했다.

서방 정보기관은 즉각 그 의도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CNN의 국가안보 분석가 피터 베르겐은 “캔틀리의 편안한 모습으로 통해 그의 주장이 정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의도로 제작됐다” 고 말했다. 필립 머드 전 CIA 대테러 담당는 “시리아 코바니 공세가 IS의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걸 드러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영국 정보당국 관계자는 “협박으로 촬영된 건지, 자발적인 것인지 알 수 없다”며 “이번 동영상은 무척 골치가 아프다”고 밝혔다. 캔틀리가 인질범에게 동조하는 스톡홀름신드롬을 겪고 있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 신드롬은 1973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은행 강도들이 4명의 인질을 잡고 6일간 경찰과 대치한 상황에서 인질들이 경찰보다 강도들에게 호감을 가진 데서 유래한다.

어떤 의도이든 IS의 전략은 적중한 모양새다. 워싱턴에 있는 중동 매체 분석 기관의 스티븐 스탈린스키는 “IS는 자신들의 군사 능력을 서방에 각인시키고 있다”며 “이번 영상을 촬영하는데 드론(무인항공기)를 사용한 것은 무척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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